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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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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Dec 31. 2020

딱 하나 남은 김밥

수술 후 감정 변화

익숙해져 버린 관계들

놓으면 불안해지는

편안해서 좋은 줄 알았던

그런 관계들이 있다.


인간세상은

정확한 주고받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아니, 최소한 말이라도 돌아온다.


싫은 소리, 따끔한 소리

듣기 싫은 말 하나 했다고

날 떠나는 관계라면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을 지도.


충수염 수술을 하고

늘 같은 시각 철저히 약 먹는 시간을 지키다

하나 남은 김밥을 보고 생각이 났다.


인생은

어쩌면

하나 남은 김밥 같은 거라고.


가장 힘겨운 순간

따뜻함을 기대했던 이들은

자기들의 서운함만 안은 채로 사라져 가도

하나 남았으니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가고

오고

부딪치는 수많은 인연들을

내 힘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지 않으리라.


힘겨우면 나도 모르게 손을 놓을 수도

나도 모르게 힘을 돋을 수도

이래야지 하는 강인함보다

다가오는, 닫친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비움과 무상함을 배웠는지도, 배워가는지도.


아직은

제가 힘들어

먼저 손을 내밀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아요.

시간이

시간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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