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푸념
며칠 전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 옆 빌라에서 주차 문제를 거론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물론 좋은 뜻에서 서로에게 피해 주지 않게 주차하라는 말이었지만. 속뜻은 결국 당신 땅도 아니고, 당신 땅도 없는데 왜 정주차를 하냔 말이었다. 동생은 흰 선 안에 정확히 주차했는데, 자기 차 후진하기 힘드니 옆으로 빼라는 거였다. 그럼 주차 공간을 두 개나 쓰는 꼴이라 괜찮냐 했더니 말이 많다며 핀잔. 이게 다 집 없는 서러움이라 하면 너무 비약인가.
아무튼 그 일로 동생은 상처를 받았다. 자기 땅, 내 땅 거론하며 이야기하니 서러운 건 땅 없는 사람들. 물론 별의별 사람 다 있는데 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여러 가지로 마음에 상처가 깊은 아이에게 굳이 땅 운운하며 법적 조치 어쩌고 하는 협박(?) 아닌 협박 어린 발언까지 했어야 했나. 이웃(?)끼리 마찰 없이 살자며 참자고 동생에게 이야기했지만, 여러 가지로 속상한 마음에 입안에 혓바늘이 돋고 밤잠도 설치고 인생 공부 쉽지 않다.
가정도, 밥벌이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 이런 사람과의 일로 신경 쓰는 현실에 짜증이 났다.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도 형편상 집에서 문제집 사주며 알아서 공부하라니, 초딩 조카는 게임과 폰으로 시간 보내기 일쑤. 눈까지 나빠져 안경까지 맞췄다. 이번에 첫 시험을 친 중딩 조카는 새 학기부터 학원을 보냈는데 점수가 영... 본인도 안 되겠는지 이모에게 국어 좀 가르쳐달란다. 이게 무슨 일?
가기 싫다는 조카들 이리저리 설득해서 겨우 교회 데려다 예배 참석시키는데, 조카들 때문에 교회 행사 제대로 참석 안 한다고 부장 샘한테 또 한 소리 아닌 소리 듣고 심정은 가수 싸이의 ‘완전히 새됐어!’로 돌변. 몸도 마음도 지친 내게 세상이 왜 이러나 호소하고 싶으나. 없는 형편에 쉴 수도 없고 억울해도 하늘만은 알겠지 하는 심정으로 글쓰기로 마음 달랠 수밖에.
작년에 우리 가정이 겪은 일들을 너희들이 알기나 하고 그딴 소리 하는 거냐며 막 따지고 싶었지만 그건 개인 사정일 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애로사항이 있으니 참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나의 사정이다.
이리저리 심란한데 그래도 조카가 같이 공부하자고 하니 기특하고 안경 맞춰 잘 쓰고 다니는 초딩은 중고 거래로 카드 팔아 용돈도 만드신다. 어제는 본인이 직접 만든 계란 프라이 완숙을 해주는데, 이 아이들 덕분에 그래도 웃고 살구나 싶어 감사했다. 그래도 학교 빼먹지 않고 잘 다녀주니 고맙고 이런저런 상황에서도 잘 지내주니 다행스럽다.
이렇게 조금씩 회복 중인 우리 가족은 여전히 수많은 위기가 있지만, 버티며 앞으로 나가고 있다. 완전하지 못해도. 어머니가 타주는 꿀물에 마음 녹이며, 조카가 해주는 계란 요리에 웃고,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조카와 같이 공부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이게 행복이지 별게 있나?
우리 땅은 없어도 플라스틱 통에 심은 상추며 올여름 봉숭아 물들이기 위해 심은, 중국산 봉선화도 잘 자라고 있다.
“마라톤도 인생도 마음의 힘으로 가는 것임을,
혼자보다는 ‘우리, 함께’ 하면 훨씬 덜 힘들고 더 빨리 갈 수 있음을 기억하며.”
- 이지선, <<꽤 괜찮은 해피엔딩>>
안다, 옆 빌라 아저씨도, 교회 주일학교 부장 샘도 다, 더 잘해보자고 하는 말임을. 그러나 그 속에 조금 더 배려 깊은 언어가 녹아 있었다면 누군가의 마음이 덜 아프지 않았을까. 이 정도 푸념했으니 이제는 내가 잘해야 될 차례. 그들도 자신들만의 전투로 힘겨웠을 테니 궁극적 글쓰기의 목적은 이해와 용서로 달성.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 또 파이팅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