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아니어도 백조는 될 수 있어!
“학이, 너는 툭하면 우니?”
주변 오리들은 무슨 말만 하면 눈물부터 흘리는 학이에게 대뜸 핀잔을 줬어요.
다들 활기가 넘치고 호기심과 모험 정신이 뛰어난 자매들에 비해 ’ 학이’는 늘 조용한 오리였기 때문이죠. 물가에서 자맥질을 하거나 습지에 있는 풀벌레를 쫓아다니는 언니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게 문제라면 문제였죠.
‘도대체 난 누구를 닮아 이 모양이지?’
주변에 속하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져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비참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지 뭐예요. 그래도 ‘학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특별한 오리였기에 혼자 있는 시간도 견뎌낼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밤새 풀잎을 토닥이던 빗방울이 그치고 언니 오리들은 물이 많아 수영하기 좋다며 이른 아침부터 개울가로 놀러 나간 아침. 무엇을 해볼까 생각에 잠긴 ‘학이’는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지요. 그동안 집에서 생각만 하고 지내느라 살짝 지겹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거든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겁이 나서 주변에 있는 자그마한 웅덩이가 있는 공원을 찾았어요.
그런데 웅덩이를 바라보던 오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천사가 아른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우와, 이렇게 멋진 존재는 처음이야!”
눈부신 존재의 한쪽 날개가 ‘학이’가 바라보던 작은 웅덩이에 비친 거였지요. 하늘에선 이런 소리도 들렸어요.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하면 나처럼 돼.”
이게 무슨 말일까? 설마 지금 나에게 뭐라고 한 거야? 어리둥절한 ‘학이’는 얼른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어요. 그런데 웅덩이 옆에 나뭇잎 하나가 살포시 놓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은 하늘에서 날아든 메모지였답니다.
오랫동안 널 지켜봤단다.
아하, 내 소개부터 해야지.
나는 건너편 언덕에 사는 날라리 백조 선생이라고 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희망을 전해줘야 할 오리가 없는지 찾아다닌단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시간보다 날아다니며 너 같은 오리를 찾는 게 내 사명이라고 할 수 있지.
너는 늘 혼자이고 가만히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많더구나.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나도 어릴 때는 ‘미운 오리 새끼’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어. 왜 나만 형제들과 모습이 다를까 하고 고민도 많았고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호수에 비친 내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거야. 알고 보니 글쎄, 내가 백조였던 거지.
이메일 주소를 남긴다.
답장을 보내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마.
이상 ‘날라리 백조’ 선생.
누군가 날 지켜봤다고? 지금까지? ‘학이’는 약간 무섭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어요. 이런 생각도 들었죠.
‘그래, 언니들과 다르다는 건
혹시 내가 특별하다는 증거일지도 몰라...
그럼 내가 백조?’
그런데 거울에 비춰본 ‘학이’의 모습은 다른 자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의문이 생긴 ‘학이’는 날라리인가 뭔가 하는 백조 선생에게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냈어요.
날라리(?) 백조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미운 오리, ‘학이’입니다.
처음에는 이상한 사기꾼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메일을 써요.
저는 선생님과 달리 겉은 백조가 아닌데 어떻게 백조가 될 수 있나요?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학이’ 올림
떨리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리던 ‘학이’에게 다음날 메일이 도착했어요. 알고 봤더니 그 부근에서는 꽤 유명한 백조 선생님이었죠. 백조 선생은 철학책을 여러 권 쓰고 제자들을 키우며 자신의 과거나 현재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오리들에게 ‘백조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는 미운 오리 새끼들의 지킴이였던 거예요.
학아,
겉모습이 어떠하든 네 기질과 성격이 누구와 다르든지 아무 상관없단다. 내가 말하는 백조는 새하얀 피부, 눈부신 자태를 말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흑조도 참 괜찮은 친구가 많고 말이야.
너는 찬찬히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이지. 그래서 언니들이 놀러 나갈 때면 혼자서 집안일도 돕고 글자 공부도 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지...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는 백조가 탄생하는 거란다.
오리마다 다 달라요. 혹시 누군가 내게 “너는 왜 그래?”라고 핀잔을 주거든 뭐라고 할 테냐? 그건 네가 직접 생각해 보길.
이상 날라리 백조 선생.
그렇게 백조 선생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생각이 더욱 커진 미운 오리 새끼 ‘학이’는 어느새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어엿한 청소년이 되었어요. 그리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친구 오리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네가 어때서? 넌 너답게 지낼 때 눈부셔.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