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병원

기도가 절로 나오는 순간

by 윤작가

그저께 저녁도, 어제 아침 점심도 별 탈 없이 잘 먹었다. 별다를 게 없는 날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운 거다. 선풍기 바람을 다 껐는데도 으슬으슬 춥다. 자연 바람을 쐬면 낫겠지 싶어 창가에 가도 한기는 계속되고 속도 편치 않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아픈 것 자체가 민폐다. 지금껏 몸이 아파 수업을 빠진 적은 거의 없었고, 그것을 은연중 자랑으로 느껴왔던 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감기 한번 안 걸리게 조심 또 조심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앉아있을 기운도 없고 속은 불편하고 수업은 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할 수 없이 원장님께 대강을 부탁드리니 싫은 내색 없이 허락해주셨다.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아파도 수업에 차질까지 끼치며 앓는 상황이 싫다.

배는 고픈데 기운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어지럽고 속은 메슥거리다. 위험 지역에 다녀온 적도 없는데 혹시 그건 아니겠지? 겁나고 별 생각이 다 드는 찰나, 친구의 도움으로 병원 응급실에 갔다.


“뭐 드셨어요?”

“된장찌개요.”


갸우뚱하는 의사. 나도 왜 아픈지 모르겠다.

“혹시 해산물 드셨어요?”

의사의 물음에 “네.”라고 대답하니 그의 얼굴이 환해지며 원인을 찾았다는 눈치.

“요즘 해산물 먹고 장염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인데, 어디서 잘못된 건지. 계절이 문제인 걸까? 응급실에 실려 와 비싼 수액을 맞고 눈을 감는다. 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들이 안쓰럽고 코로나 사태가 어서 진정되기를, 기도가 절로 나온다.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 병원에 있는 모든 환자들이 어서 차도가 있기를.’

짧은 순간이지만, 나중에 죽음이 찾아올 때 이 곳에서 정든 이들과 이별하지 않고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잘 준비해서 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떠오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의료진의 처방을 걱정되는 마음으로 조용히 따르는 내 모습에,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아이들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애타는 심정도 생각난다. 아프니 타인에 대한 생각이 짙어지고, 성찰의 순간이 늘어나는구나. 그건 장점이겠지.


어느새 수액을 다 맞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조금 아프거나 일이 생겨도 병원비 걱정에 웬만해선 병원행을 안 하는데 수액까지 다 맞고 예상에 없는 시나리오다. 그래도 속은 편안해지고 어지러움증도 한기도 사라졌다. 몸이 안 좋으니 일상적인 바람에도 바로 추위를 타게 되고, 감각이 느끼는 예민함이 신기하다.


밥 먹기 전, 소화 잘 시키게 해 달라는 식사 기도를 꼭 드려야겠네... 여름에는 해산물로 장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니 다들 조심하세요.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진료도 잘 받으시고요. 수많은 조력자들의 고마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인생아, 안녕!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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