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답게 성질머리도 이래서
기존에 있던 배추와 오이. 어제 5일장에서 동생이 사 온 미역. 빨간 바구니에 가득 담긴 귀여운 잎들. 오늘 아침은 쌈정식이다.
금양체질 언니를 위해 동생이 가꾼 작은 텃밭에서 수확한 먹거리들. 크기는 작지만 사 온 것보다 더 고소하고 앙증맞다. 예쁜 먹거리이다.
스님처럼 간을 거의 하지 않고 채소를 먹으려 하니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벌써 3kg이 서서히 빠져서, 곧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5에서 4로 바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원고에 들어갈 소재를 찾다가 알게 된 화가가 있다. 세계 팝스타 중 한 명인 마돈나가 굉장히 좋아한 사람. 생전 우리 아버지는 마돈나 기사나 사진만 봐도 질색하셨는데... 나중에 자신의 딸이 그녀가 열광했던 화가를 존경할 줄은 꿈에도 모르셨겠지.
viva la vida(인생이며 만세)를 외친, 우리의 영웅(?)이자 전사는 바로 프리카 칼로이다. 그녀에게 공감이 된 것은 자신의 생각을 과감 없이 이야기하고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당당함. 스스로 대화가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그림을 봐달라고 했던 용기.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려 했으나 실패처럼 보였던 결혼 생활 등. 화가 프리다 칼로가 아니라 인간 프리다 칼로의 삶이 애처롭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해서였다. 요리연구가 안성재는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는데... 요즘 나의 심정이 그렇다.
정상을 향해 쭉쭉 달려가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못난 나 자신이 더 도드라져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프리다 칼로와 안성재 셰프를 보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는 한 시간 이후의 일도 자신할 수 없는 연약한 사람들인데, 자신이 무어라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있을까? 그저 주어진 길 가다 보면 꽃길도 나오고, 때로는 자갈밭도 나올 수 있겠지만. 누구나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고, 인생이란 뜻하는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은 거의 진리이다.
어머니는 부엌이 자신만의 창조적 공간이다. 나는 씻으려고 받아놓은 물이 식든 말든, 우선 쓸 건 써야 하는 이 자리가 창조적 공간이다. 각자가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이 반드시 거창해야 하는가?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아도 그저 자신으로.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나라고 스스로 다독여주면 어떤가.
"그녀는 사실주의 화가도, 인상주의 화가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사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스타일이었죠. 프리다 칼로는 직선적으로 그릴 뿐이지, 굳이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 서정욱, <<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중에서
하얀 도자기 그릇에 쑥국을 담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그냥 이 매거진의 콘셉트는 꾸미지 않는 '내추럴'이라고 합리화하며 냄비에 담긴 쑥국 그대로 찍어 대문 사진으로 걸어둔 나란 인간은... 이게 나인 걸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