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봄동의 콜라보
아이스크림, 과자, 치즈, 유제품, 견과류, 빵,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 등 요즘 안 먹는 게 먹는 것보다 더 많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머니는 무언가 기름 냄새를 풍기며 자신만의 세계로 진입했다.
쑥과 봄동을 튀긴 것이다. 떡볶이와 튀김은 최애 음식이었다. 지금은 건강을 위해 먹지 않지만,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냄새는 맡기만 해도, 씹는 소리만 들어도 벌써 군침이 돈다. 쫄깃한 떡과 깔끔한 어묵이 매콤한 소스에 버무려진 떡볶이는 기분 전환용으로 일품이다.
하루 걸러 먹던 라면도 병원 진단받고 한 달 넘게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아직은 잘 절제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상황이 일탈을 부른다. 어제저녁에 이어 오늘 아침이 그런 날이다.
어제는 학원에서 어떠한 연유로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기로 약속했기에 편의점에서 콘치즈를 사 와 전자레인지에 데워주었다. 아이는 옥수수를 좋아한다며 맛있게 먹었다.
"샘은 안 먹어요?"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가 한 입만 먹는다는 게 서너 입 먹었다. 유전자 조작 제품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냥 아이와 맛있게 맛보았다. 나만의 일탈이다. 머리가 약간 어지럽고 속이 조금 불편했지만, 늘 있는 일은 아니니까 넘어갔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어머니는 멋을 부려 잎채소를 튀긴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먹을 수 없고. 발효되지 않은 콩도 먹을 수 없는 딸을 위해. 어머니만의 깜짝 이벤트를 열어 주셨으리라. 감동이고 감사했다. 그래서 또 열심히 먹었다. 아침 먹고 후식 삼아 튀김을 먹어 배가 금세 차올랐지만. 어머니의 정성을 먹었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겼다.
"어머, 어머니! 이걸로 글 써야겠어요!"
이제는 어머니도 알아서 어떻게 하면 사진이 잘 나올지 배치하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협조자가 되었다.
"어머니, 세 개 중에서 어느 것이 제일 나아요?"
"처음이 낫네. 네가 처음 찍을 때는 제일 정성을 들이니까..."
마음까지 들켜버렸다. 프리지어처럼 쑥도 향기가 따라온다. 튀겨도 쑥 향이 사라지지 않고 입 안으로 들어온다. 마음이 우울할 때는 조금 색다른 조리법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쑥국, 쑥떡만 먹어봤지 쑥튀김은 아예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기분 전환이 된다. 벌써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튀김 먹는 날. 여러분의 일탈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