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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늘이자 천사!

엄마, 엄마, 엄마

by 윤작가

오늘도 어김없이 알바 가기 전,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두었다.

진홍빛 덮개 아래, 알뜰살뜰 딸을 위한 그녀만의 밥상.

이 글을 쓴 후, 먹을 점심

아침에 끓인 계란죽과 두부와 계란 부침개. 딸 체질에 맞는 딸기와 감. 5년 전, 충수 터져 복막염으로 죽을 고비 넘기고, 자궁근종으로 음식 가려먹어야 하는 딸 챙기느라 자신은 제대로 챙길 틈도 없는 어머니.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보이는 '신'이다. 하늘이자 천사이다. 곁에 있기에 항상 소중함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인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글을 쓴다. 생각한다. 감사한다. 그녀를 위한 나만의 찬사이자 '경배'이자 모든 것이다.



동생이 가꾼 잎채소와 딸기, 바나나, 감을 곁들인 샐러드

"어둠이 깊어질 때면

엄마 얼굴을 그려보네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는지"

- 조수미 <Mother> 앨범 속 Kazabue(바람이 머무는 날) 가사 중에서


오늘 아침에는 이 노래가 떠올라 계속 듣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듣고 있다. 어머니도 좋아하는 곡이다. 생전 아버지가 제일 좋아한 성악가가 박종호와 조수미였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조수미 책을 읽기도 했다. 노름꾼이었으나 올드팝송이나 성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가장 고상한 취미였다. 아마 큰 형이 성악가로 활동했기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아무튼 그때부터 조수미 노래를 종종 듣는다. 오늘 같은 날에도. 가정의 달인 5월이 곧 다가온다. 하늘의 별이 되었든, 곁에 계시든, 곁에 안 계셔도 이 땅에 함께 하든.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니까. 생전 아버지로 죽고 싶었을 때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살할 마음을 버렸기 때문에. 물론 신앙의 힘도 컸지만. 어머니는 하늘이자 천사이므로 황송하게도 고귀한 존재를 받들고(?) 살고 있다.


내게는 그 어떤 미술관 작품보다 소중하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오늘 아침, 어머니가 손수 끓여주신 계란죽이 딸 눈에는 그 어떤 명화보다 고귀하고 인상적이다.

계란과 파와 김과 쌀이 뭉개지고 어우러진 작품같이 보인다. 그래서 찍었다. 요즘은 바라보는 것마다 그리고 싶다. 첫사랑인 그림이 다시 조금씩 바람을 일으킨다. 과외 다녀오는 길, 버스 정류장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크로키를 그리기도 한다. 그러지 못할 때도 눈으로 그린다.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하고 있던 일이다.


커다란 종이와 물감, 붓이 있다면 마음껏 그려줄 텐데... 그러면서 살아간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로 재미있는 노후를 기약해 본다. 우선 지금은 작가로서 더 발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올리지 마라. 엄마 없는 사람들 보면 마음 아프다..."

어머니는 딸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SNS에 올릴 때마다 나직이 이야기한다.

'어머니, 제가 가진 게 이게 다인데요. 저도 살아야죠.' 이런 심정으로 반항(?)하며 그냥 하던 대로 한다.


이 글을 쓰기 전, 책상에 어머니가 놓아둔 5천 원짜리 지폐가 노트북 위에 놓여있다. 하늘이 선물을 주고 가신 게다. 세상에는 아픈 일들이 많다. 아름다운 일들도 많다. 모두가 세상이다. 오늘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혹여 누군가 하늘이자 천사가 없다고 슬퍼한다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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