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대는 내가 아니다

오늘은 딸기!

by 윤작가

조수미가 부른 <바람이 분다>를 들어서 이 매거진의 제목이 '그대는 내가 아니다'가 되었다. 노름꾼이었던 생전 아버지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음악을 한없이 듣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여성 성악가가 조수미였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음색은 몽환적이지만, 이 곡만큼은 원곡보다 가녀린 감성이 돋보이는 조수미 버전이 더 좋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손톱만 한 크기부터 자잘한 딸기, 딸기여!

2월 말, 8 체질 한의원 다녀온 이후 몸무게는 4kg이 빠졌다. 서서히, 날마다, 조금씩 빠지더니 이렇게 되었다. 5월 중순, 검진일에 부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금양체질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은 키위, 참외, 체리, 복숭아, 딸기, 바나나, 모과 등이 있다.

어머니는 딸이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우선시해서 사 온다. 누군가 만 원 정도로 싸게 산 딸기를, 다시 사셨단다. 집에서 키운 것처럼 자잘한 딸기. 크기는 작지만, 달달함의 농도는 더 짙다.

칼로 꼭지를 잘라내고 쌈장 통이었던 초록 통에 넣으니 안성맞춤. 기념 삼아 사진을 찍었다. 특별한 의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평소 의미 부여가 짙은 사람이라 별의별 게 다 의미가 있다.

딸을 위해 딸기를 사 온 어머니의 마음. 그 사랑. 금양체질에 좋아 요즘 딸기만 보면 기분 좋아지는 나. 갑자기 딸기 사랑에 빠져버렸다.



감기 걸린 막내 조카를 위한 어머니의 아침상

그렇게 몸에 좋다는 토마토도. 우리 과실인 사과나 배도. 제일 좋아했던 검정 포도도 먹을 수 없다. 청포도 위주로 사 오는 어머니.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입장 바꿔 어머니가 음식을 가려 드셔야 한대도... 딸은 이렇게 배려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이 없다.

1차 고사 끝나고, 덥다고 반팔로 돌아다닌 막내 조카가 기침을 하며 감기에 걸렸다. 어머니는 삶은 계란을 잘라 그 위에 케첩을 뿌렸다. 자극적이고 향도 별로라서 케첩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핫도그 위에만 뿌리는 소스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계란죽과 약을 챙겨주고, 꿀물을 타준다. 어머니는 마음을 다해 손자가 낫기를 기원하며 챙기느라 애를 쓴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본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챙겨줄까?"라고 말하는 어머니 곁에서 컸어도 아직 양육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아버려서 그런 게 아닐까.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노랫말처럼 사랑은 비극처럼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냥 되는 게 없다. 그대는 내가 아니기에. 나는 어머니가 아니기에. 어머니처럼은 못할 것 같다. 아직도 상태가 이렇다. 못났다!


밀가루 대신 메밀국수. 고명으로 올라간 조그만 딸기 압권!

딸기를 디저트로 내놓는다. 삶은 계란에 곁들여 먹을 샐러드 삼아 내놓기도 한다. 메밀국수 위, 빨간 보석처럼 올려놓기도 했다.

같은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어머니. 당뇨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자궁근종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8 체질 검사 후 치열하게 음식을 가려 먹는 딸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눈물겹고 눈부시다.

휴일, 어머니는 물고기 물을 갈아주고 테라스에 있는 수국이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에 마음을 쓴다. 손자가 기침을 하고, 콧물이 줄줄 나오니 안쓰러워한다. "할머니가 만든 국수가 제일이야." 애교 삼아 말하는 중학생 손자를 아기처럼 바라본다.


이래서 2025년 딸기는 사랑이 되었다.

"딸기야, 고마워!"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막상 얼굴 보고는 제대로 말 못 하면서 늘 글에서만 사랑 타령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