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쁘다!
금양체질이라 수박도 못 먹는다.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먹을 수 없는 게 더 많다. 지인이 사준 대형 수박을 찍으면서도 억울하지 않았다. 못 먹는 만큼 식구들이 더 먹을 수 있으니까. 어릴 적부터 입이 짧아 식탐이 없는 것도 한몫한다.
"세일인데 2만 원까지 빼준다네. 예쁜 선물도 준다고 하트를 얼마나 많이 붙였는지..."
옷가게 사장님 문자에 기분 좋아진 어머니는 어제 가게에 들르자고 하셨다. 딸도 오케이. 어머니 찬스 써서 옷 사게 생겼으니 좋다.
테라스에 심은 고추 모종은 별처럼 하얀 꽃만 피고 그대로 똑! 떨어진다. 집안에 가두고(?) 키우면 안 되는가 보다.
"햇빛을 많이 봐야지, 반그늘에서는 안 된다."
어머니 이야기처럼 바깥에서 자란 고추는 열렸다. "열려라, 참깨!" 주문 외우지 않아도 여물어가는 열매가 귀여웠다.
이 더운 여름에 장미도 피어나고 삼색 팬지와 채송화도 귀퉁이에서 고개를 내민다. 이름도 모를 꽃과 식물들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벽돌에 심긴 다육이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멋을 발휘한다. 생명이란 신기한 거다. 씨앗에서 움 터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게다가 우리에게 기쁨도 안겨준다.
평소 비싸다고 옷을 잘 사지 않는 어머니는 더위 시작 전부터 민소매를 찾고 있었다. 지난번에 따라간 딸은 29000원짜리 원피스부터 꽃무늬 블라우스까지 득템 한 셈. 그게 죄송해서 이번에는 어머니 옷을 꼭 사라고 말씀드렸다.
카페인을 먹으면 안 되는데, 사장님이 얼음까지 띄워 냉커피를 주시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더운 김에 벌컥 마셨다.
옷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바지 보자." 하시는 어머니. 뚜벅이라 학원에서 일할 때 거의 청바지 차림이다. 기분 낼 겸 어쩌다 하는 외출이 아니면 티셔츠에 청바지가 일상복이다. 어머니는 더워진 만큼 여름만 되면 딸의 청바지에 신경을 쓰신다.
다른 옷을 둘러볼 틈도 없이 어느 바지를 입어보라고 하신다. 가격대가 조금 나가는 브랜드이지만(그렇다고 명품은 아니고요.) 반값 세일 중이니 부담 없이 입어봤다.
8 체질 검사 후 식습관 관리 중이어서 5kg이 빠져 예전과 달리 작은 치수도 들어간다. 그동안 밴딩 처리가 된 옷은 뱃살을 눌러 불편해서 한 치수 크게 입었다. 오늘은 딱 맞는 치수 구입.
다른 가게에서 받쳐 입기 곤란하다며 민트 계열 민소매를 거부하던 어머니는 이번에 푸른빛 도는 민소매 결정. 너무 파여도 안 되고, 막혀도 안 되고. 그녀 나름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것은 세일 덕분이다. 덤으로 덧신과 예쁜 꽃이 그려진 손수건 두 장도 얻었다.
날이 춥든 덥든, 적응해 가는 수밖에 없다며 에어컨이 있든 없든, 틀든 안 틀든. 어머니의 요리는 계속된다. 며칠 전에는 잡채를 한 가득해서 식구들도 먹고 지인에게도 나눠준다.
공룡(?) 수박도 우리만 먹기 그렇다며 윗집에 가져다주려던 걸, 일찍 자는 것 같다며 아쉽지만 도로 들고 왔다. 많이 들어오면 많이 나눌 수 있다. 음식도, 물품도, 인정도, 나눔도, 사랑도...
처음에는 미칠 것 같던 더위도 아주 조금씩 적응 중이다. 에어컨 안 틀면 죽을 것 같았는데, 선풍기 코앞에 두고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p.s. 음식에 관한 매거진이기에 혹시 요리 좀 하시거나 관계자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자궁근종처럼 여성 호르몬과 관련된 질환을 가진 이들은 유제품을 못 먹거든요. 한의사 샘 말로는 가축 과정에서 항생제 남용 문제와 인공적이거나 화학 성분이 호르몬에 좋지 않아 그렇다는데요. 그럼 우유나 대두 같은 성분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없을까요? 면을 좋아하는 이로서, 밀가루를 먹으면 안 되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을 면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