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얼굴 없는 친구와 쌓는 우정 같은 것
"내가 보기에, 우정의 오랜 요령은 너보다 더 나은 사람들-더 똑똑하다거나 멋진 사람들이 아니라 더 친절하고 더 아량 있고 더 관대한 사람들-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친구들이 네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감사하고, 친구들이 너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아무리 나쁜-혹은 좋은-말이라도 경청하려고 하고, 그들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게 제일 힘든 일이야.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해."
-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중에서
지난주에는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빠졌다가 지금은 이름도 어려운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 한야-한 글자 차이로 내 이름과 다른-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주드에 신경이 쓰인다. 이번 주는 좋은 글 쓰는 5단계를 말할 차례인데, 그전에 주드가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어 다시 노트북을 켰다.
그 아이를 처음 만난 때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것 같다. 학원에서 만났다. 얌전한 편은 아니었고 키는 작았다. 개구쟁이 타입이었다. 공부는 뒷전이라는 말이지. 그러던 어느 날, 담임인 내게 자신의 졸업식에 오라고 말했다. 조금 황당하고 고민스러웠다. 보통 학원 선생님에게 졸업식에 오라는 말을 아이들이 하지 않으니까. 그 당시 새엄마와 살고 있던 아이는 엄마가 일하느라 참석하지 못하니 나보고 와서 맛있는 거나 사라고 했다. 평소 상상하던 학생의 태도는 아니었고, 혼자 가기는 뻘쭘해서 옆의 선생님께 이야기했다. 말 나온 김에 그 아이에게만 무언가 하기가 그래서 졸업생 모두에게 문구를 선물하자고 돈을 모았다.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못 간다기에 혼자 갔다. 아이는 친구랑 약속이 있대서 같이 밥을 먹진 못했던 것 같다.
그 녀석은 건장한 성인이 되었고, 가끔 휴가 때 연락을 했다. 이제는 샘이 아닌 아이가 밥을 사줄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전학과 가출, 체대 진학, 휴학 이후 직업 군인, 여자 친구와 이별 등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어릴 때 이혼한 친부는 재혼했던 부인이 잘못된 투자로 집안 경제를 말아먹은 후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 친모와 연락이 된 아이는 마음을 잡는 듯했으나 간경화로 돌아간 어머니에 이어 서로 안 맞아 연락 끊은 친부로 고아 아닌 고아가 되었다. 어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아이가 진짜 의지할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 닮아 아이도 술을 절제하지 못한다. 휴가 나와 밤늦게 술에 취해 샘에게 전화하다 호되게 잔소리 들은 이후 단단히 삐친 건지 여태 연락두절.
<<리틀 라이프>> 주드는 고아여서 수사들이 돌보는 기관에서 엇나간다. 미리 재단하고 함부로 말하는 수사와 애정 없는 가르침에 반항하다 도벽이 생긴 그에게 돌아온 처벌은 화상이었다. 신의 뜻대로 살기로 평생 서약한 수사들이 어린아이 상대로 내면은 읽지 못한 채, 그 따위 벌을 내렸으니 몸도 마음도 정상이 될 리 없다. 자살 시도하듯 뛰어내리고 면도칼로 팔을 자해하던 주드를 지켜보던 해럴드 교수는 성인 입양을 제안한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이 공간이 독서 리뷰가 되고, 아직 <<리틀 라이프>>를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스포일러가 되기에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강조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의 마음에 문을 열기 위해서는 이면을 읽어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친절해야 한다. 주제가 충분히 우러나도록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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