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치, 귀걸이 사기

나에게 귀걸이란?

by 윤작가

나에게 귀걸이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고 위안이다. 주로 인터넷에서 그리 비싸지 않고 캐주얼과 정장에 두루 어울릴 듯한, 아니, 싸서 겁 없이 덤빌 수 있고 트렌드에도 뒤처지지 않아 괜찮은 쇼핑몰 제품을 고르고자 한다.

예전에는 생일에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들러 은 주얼리 전문점에 가서 골랐다. 몇 만 원대인데, 은이라 금에 비해 싸다. 할인하는 제품은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참고 참아 일 년을 기다려 그날만큼은 대놓고 사달라 말할 수 있기에 작정하고 고른다. 물론 그러면서도 매장에서 제일 싼 가격대에서 예쁜 걸 고르지만.


몇 년 전 카드 지출 액수가 커지고 그게 다 빚이다 싶어, 나는 어머니께 폭탄선언을 해버렸다. 물론 조용조용 말하지 않았지.


"어머니, 이렇게 카드값이 많이 나오면 어떻게 빚을 갚고 돈을 모아요?

계속 제자리걸음밖에는 안 돼요. 이제는 제가 관리합니다.

오늘부터 우리 집은 긴축재정입니다!"


열받아 큰 소리 뻥뻥 치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모든 고지서와 돈 관리는 내가 하고 있다. 차분하게 어머니와 상의할 틈도 없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일방적으로 벌인 일이지만, 어렸을 적부터 아빠의 무책임한 경제 활동을 겪어온 나는 직접 나서지 않으면 수십 년이 지난 후 길바닥에 나앉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과 두려움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엄마를 떠올리면 금세 눈물이 차오른다. 그녀가 나의 엄마로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에 더더욱 엄마를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딜 가도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살림을 해보니 돈이 들어갈 때는 계속 나오고(오늘도 안방 문이 잠겨서 아저씨를 불렀다. 고장 났다며 3만 원 지출), 몇몇 부분은 두세 달 밀려 한꺼번에 내기도 하고 카드 할부로 끊기도 하고 어머니도 이렇게 힘들게 사셨구나, 진짜 낭비한 게 아니라 써야 할 데만 써도 늘 부족하구나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살림을 하셨을 때보다 3분의 1 규모로 카드 지출 부분은 줄어들었고, 은행 대출을 받아 어머니 평생 처음 장만했던 그녀의 집은 빚 갚기용으로 공중분해.


지금도 카드 결제하면 보험비, 의료 보험, 각종 공과금, 집세 등 다른 데 쓸 돈도 없지만 내가 살림을 하다 보니 어머니 몰래 지출하는 항목이 하나 생겼다. 바로 귀걸이 구매 비용! 만 원 안팎의 귀걸이나 목걸이를 봐뒀다가 한 번씩, 되게 열받거나 우울할 때 충동구매. 카드는 모두 어머니가 보관 중이므로 화장품이나 책을 살 때는 어머니에게 카드를 받아 인터넷 결제를 한다. 그러다 보니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살 수가 없다. 귀걸이는 사치품이므로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그냥 저지르는 거지. (휴대전화 소액결제)

그렇게 모은 귀걸이가 대여섯 개 된다. 예전에는 하나로 일 년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주야장천 하고 다녔다. 그러나 보는 사람들, 특히 가르치는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변화도 줄 겸 핑계 삼아, 이건 고단함을 달래줄 오아시스 같은 거다 스스로를 세뇌한 채 카트에 담는다.


지금도 마음에 두는 두 가지 상품이 있는데, 무료배송 쿠폰 받으려고 이번 달 내내 출석체크. 이런 내가 한심하다 싶으면서도 이런 재미라도 없이 어떻게 사냐며 혼자 생각. 멋진 애인이 있어 귀걸이를 받을 일도 없고 이 세상 누가 나한테 귀걸이를 사준단 말이냐. 이러면서 새 귀걸이를 기다린다. 아직은 기특하게도 하루도 놓치지 않고 출석체크를 해 며칠 후면 벼르던 제품을 어머니 몰래 안아볼 수 있겠지. 철딱서니 없는 건 여전하고.

온종일 「디ㆍ마ㆍ프」 기다리느라 책도 손에 잡히지 않아 괜히 어영부영 시간만 보낸다.


"어머니, 그동안, 지금도 세상 물정 모르는, 파 한 단 얼만지 모르고 나이만 들어가는 딸내미 돌보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많으십니다. 죄송합니다. 주제넘게 함부로 어머니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그 깊은 속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나만 잘난 줄 알고 큰소리쳐서요. 아이들에게 인문학 가르친다는 사람이 아직도 이 모양입니다. 어찌합니까? 고맙습니다. 제 곁에 계셔 주셔서. 어머니 생신 때 용돈 많이 드릴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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