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처는 그 누군가의 약이 될 수 있다!

말이 가진 위대한 힘

by 윤작가

평소 조용하지만 위급할 때는 나도 모르게 과감히 손을 내밀기도 하는 나.

지나고 보면 다 감사다. 다 은혜다.


예기치 않은 여름 감기가 든 날 어느 학부모님이 사주신 '누가바'를 맛있게 먹고 주말 집에 놀러 온 조카들과 막대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먹고 아직 난 살아있다. 감사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도, 배려의 마음을 옷 입은 채.


지나고 보니 나는 생전 아빠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표정, 서 있는 모습, 불뚝 성질, 금방 사과하고 미안해하는 뒷수습까지. 동생은 혈액형을 따지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어느 새 점점 아빠를 닮아있는 나를 발견하고 헉 하면서도 어느 때는 애잔하다.


결혼해서 남편의 의처증과 가정 폭력으로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두드려 맞은 첫째 딸을 위해 뒤에서 보이지 않게 싸우던 드라마 속 아버지를 보며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빠도 나를 저렇게 마음으로 사랑하기도 했을 텐데,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힘들어했지요 싶어서.


주일학교 우리반 반장은 형이 사준 아이다스표 새하얀 운동화를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끈이 너덜너덜. 온 몸에는 상처 투성이.


"거기 팔 왜 그래?"

"자전거 타다 넘어졌어요. 여기 보세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반 반장. 나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볼 때마다, 아니, 생수를 떠올릴 때마다 그 아이를 생각한다. '에비앙'을 맛보라고 사가지고 왔던 그 아이의 마음을 되새긴다.


쌀 떨어졌다고 엄마와 마트가는 길.


같이 자전거 타서 한쪽 다리가 거의 화상급인 그 애 친구와 나란히 앉아 버스에서 나를 불러준다. 운명인가? 아이야, 주일날 샘이 약 사들고 갈게. 에휴...


학원가서 그동안 밀렸던, 확인 못 한 작가님들 글 읽어보고 댓글도 달고 축복을 마음껏 날려야겠다.


사람으로 멍들고 사람으로 병 났다가도 또 사람으로 치유되고 사람으로 감격하고 사람으로 용서하고 사람으로 용서받는다.


인터넷 기사에 조정민 목사님 얘기가 떴다. 기자 출신으로 무한도전에 나오셨다고. 그분이 하신 말씀 중, 누군가의 멘토가 되려면 말이 중요하다고. 기자로 활동할 때는 날카롭게 찔러야 할 때도 있지만, 목회 활동에는 누군가를 살리는 말이 필요하다고.


나에게도 와닿는 내용이다. 학교 다닐 때, 가끔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받고 흐뭇해 하던 기억 때문일까. 난 가끔 오히려 상대의 핵심을 찌르고 끄집어 내어 기를 죽이거나 이렇지 않느냐, 왜 뻔히 보이는 술수를 쓰려느냐 스스로 응징하고 세 치 혀로 칼을 날리기도 여러 번. 그래서 동생뿐만 아니라 제자에게도 독설가로 찍히기도.


"샘은 병 주고 약 주는 거 알아요?"


그래도 지 스승이라고 삐쳐서 말 안 하다가도 또 어느 새 다가와서는 샘 말이 맞았어요 해주는 고마운 아이들. 그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고맙게 기억해주는 데는 독설의 따끔한 훈계보다 그저 옆에서 들어주고 토닥여줬던, 따끔거리던 상처에 소독약을 들이붓던 모습이 아니라 같이 아파하며 애절한 눈길로 전전긍긍하던, 지 편 들어주던 모습임을 모르지 않는다.


자꾸 억세질까 두렵기도, 여린 감성을 몇 마디 말로 짓밟고 마치 할 일 다 한듯 무심히 넘어갈까 조마조마한 순간들.


이것이 인생이라면, 내 상처도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귀한 백신이 되겠지 위로한다.


아직 다는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어요, 덕분에요. 감기는 또 다른 말인지도. 제가 좀 사랑받고 싶어요, 관심을 보여 주세요 이런...?


우리 아이들도 겉으로 다 말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눈빛으로, 표정으로, 목소리로 다 말하고 있다.


저 아파요, 저 외로워요, 제가 좀 힘들어요. 저 좀 붙잡아 주세요, 저에게 친절하게 해줘요, 저 너무 힘들어요. 세상 사는 게 너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나는 그들 속으로 간다. 가고 싶다. 어느 책에 나온 말씀처럼 그들에게 나를 묶고 나를 부인하는 인생에 다시 도전하고자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그곳에서 끄집어 내야 옳은 줄 알았다. 이제는 그들이 가는 곳이 어디든, 그들이 무엇을 하든 그 속으로 함께 들어가 곁에 있는 것이, 그렇게 그들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사랑임을 깨닫는다.

여전히 자신은 없다. 그러나 그분이 하시고 계시므로, 내 곁에서 해오고 계셨기에 나도 조금씩 시작해보자 싶다. 그러자면 우선 밥 잘 챙겨 먹고 일 열심히 하고.. 연휴가 끝나고 언제나 출근은 망설여지는 일. 그래도 귀한 깨달음 하나 건졌다~



「내 상처가 나으면 나는 이제 백신입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특효약입니다. 주위를 살피면... 오직 나만이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 조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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