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네 마음은 잘 알았어.

by 윤작가

하지만, 나도 할 말은 해야할 것 같아서.


내가 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는 못 되는 것도 알고, 네가 날 끔찍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것도 알아.


그런데 생각해봤거든. 어제 혼자 잠잠히. 외롭고 무서웠어. 서글펐지. 너는 엄마라도 있지만 내 곁엔 캄캄한 어둠뿐. 물론 내가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는 건 사실이야. 그래도 그렇게까지 비호감으로 지인들에게 소개할 필요까진 없었을 텐데.


예민한 성격에 며칠 만에 등장한 내가 그리 반갑진 않았겠지. 나도 꼭 널 보자고 간 것은 아니었고 그냥 어쩌다 발 길 닿는 대로 서성이다 보니 너와 마주친 건데.


네 마음은 괜찮니? 나는 부스러기라도 떨어진 게 있나 쑤시고 다녀도 마땅치 않고 배고파서 잠도 오지 않고, 게다가 너희 엄마는 꽤 시끄럽더라. 내 얘기를 네가 해도 시큰둥한 반응뿐. 나도 알아. 주인 몰래 들어와 인사도 없이 숨었으니 니가 성질낼만 해.


그래도 앞으로는 서로 예의 좀 차렸으면. 나도 억울하다고. 이렇게 생기고 싶어서 생긴 것도 아니고 너한테 불쾌감 주지 않으려고 너 없을 때 살금살금 다녔을 뿐인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협박까지.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무의식에도 새겨져 있고, 네가 수차례 선배들을 죽여왔다는 거. 그것도 그 독한 약을 수차례 뿌리며 죽이는 순간에도 가증스럽게, 미안하다는 말까지 내뱉으며.


나는 대체 널 이해 못하겠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제는 아침부터 꽃 받아서 좋다고 싱글벙글. 멀쩡한 걸 뭐한다고 그렇게 여러 번 쳐다보고 웃고 만지고 냄새 맡고. 거기서 밥이 나오는 것도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동안은 사람들이 무시해도 꾹 참고 내 외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지적질해도 이게 내 운명이려니 참고 또 참았는데...


난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 그래, 네 말처럼 우리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서로 보더라도 아는 척 하지 말자. 너도 내 입장에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되는 거 아니니? 내가 누구처럼 너한테 소리를 질렀니, 협박을 했니? 그저 나는 길을 못 찾아 헤매었을 뿐. 나도 살고 싶어서 살아가는 건데... 지금도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있어.


더럽고 치사해. 그래,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봐. 나는 이제 미련없이 떠날 거야. 그동안 받은 수모와 비난은 네 탓으로 돌리지 않을게. 그건 남자답게 내가 끝까지 가져갈게.


안녕. 잘 지내라는 말은 못하겠어. 너는 어차피 나랑 상관없이 잘 살아왔으니까. 신을 원망해볼까도 생각했지만 난 내가 부끄럽지 않으니까 당당하게 살아갈 거야. 너도 그러길 바라. 그럼 진짜 안녕!


이천십육년 육월 십일 금요일

너를 보내며, 바퀴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놈과 동거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