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상징물

"내가 니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by 윤작가

- 일어나면 머리카락 손으로 다 훔쳐서 휴지통에 넣고, 빗으로 곱게 빗어서 머리부터 매만져라.


- 점빵한다고 애미가 바쁜데, 너그가 먹은 거는 너희 손으로 갖다놓고 즉시 씻어놔라.


- 아이구, 내 새끼야!


- '새끼'는 욕이제? 그래서 인자부터 '새끼' 대신 '우리 사람'이라고 할란다. 우리 사람~


- 왔냐? 내가 이 말 할라고 니 기다렸다. 아빠 죽어 슬프제.. 많이 힘들제... 다 괜찮다, 죽은 사람은 천국 갔다. 니 마음이 많이 상했을까봐 내가 이 말 해줄라고 계속 기다렸다.


- 내가 예수를 몰랐으면 이 험한 세상 우째 살았을꼬


책을 읽다, 내 인생의 기념물은 뭔지 생각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사람, 우리 외할머니, 나의 외할머니, 첫 멘토이자 살아있는 지혜 덩어리.

몸 아프면 할머니 해주신 국물 간간한 열무청 김치가 생각나고, 마음이 어지럽고 살아갈 자신이 희미해질 때는 "우리 사람"하시던 인자한 목소리가 한없이 그립다. 그 힘으로 버텨내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천사같이 곱고 착한 딸을 내게 남겨두고 천국으로 가셨다. 늘 염색한 검은 머리에 파마를 하시고 머릿기름을 바르신 후 쪽 대신 핀으로 올림 머리를 하시다 요양 병원에 들어가고 얼마 후부터는 백발의 단발 머리 소녀가 되셨다.


소녀같이 작은 체구로 눈을 감고 계시던 모습. 어머니가 들고 간 과일을 옴쑴옴쑴 씹으시다 멍 하니 쳐다보는 내게,


"할미가 이상하나? 내가 이라고 있어 이상한가베.." 하시고 다시 부지런히 과일 먹기에 집중하던 모습이 눈물겹다.


병원을 나와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엄마와 둘이 먹던 냉면이 생각난다. 도란도란 누워서 옛날 이야기도 참 멋스럽게 해주셨는데... 다시는 볼 수가 없다. 다시는 들을 수가 없다. 마음으로밖에는.


「그가 막 매표 창구 앞에 이르기 직전이었다. 때마침 흘러나온 안내 방송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그가 놓친 시카고발 로스앤젤레스행 191편 항공기가 이륙 도중 폭발하여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 비행기를 놓쳤기 때문에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하지도, 항공기 티켓을 환불받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티켓을 서재 게시판에 꽂아두었다. 그 후로 그는 좌절감을 느끼거나 화가 치밀어오를 때마다 그 티켓을 보았다. 그 비행기 티켓은 데니스의 인생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인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즉 인생이 선물이라는 진리를 상기시키는 잊지 못할 기념물이 된 것이다.」 - 나의 인생 설계도 중


내 인생의 상징물들에는 뭐가 있을까? 보물 찾기처럼 하나 하나 떠올리고 되찾아야할 듯. 내 방에는 냉장고의 반을 차지할 만큼 커다란 액자가 있다. 제자가 학교 전시회에서 어느 영화 배우를 그렸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 프사로 사용해도 되느냐고 했더니, 어느 날 선물로 주었다.


수학 여행 가서 반장이 사왔던 제주도산? 나전 칠기 기법을 이용한 휴대 전화 걸이. 껍질이 벗겨지고 색이 바래질 때까지 사용하다 줄마저 끊어져 없애버렸고.


생일날 좋은 글귀가 써있는 책과 함께 미술 시간에 만들었다며 십자가 모양의 장식품을 준 애제자. 지금은 지 몸에 타투로 장식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말릴 힘도 없어 그래, 그러려니 한다.


되돌아보면 나는 아이들, 보석들, 제자들이 인생의 상징물?인지도. 물론 그들은 생물이지만. 그 아이들을 빼고 내 인생을 논할 수 있으랴.


첫번째 멘토에 이어 그녀의 따님이신 두번째 멘토는,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지 마라. 다 인격이 있다. 함부로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며 인격 대우 제대로 하라신다.


늘 투정에 비판과 넋두리를 털어놓는 내 곁에 인간되라고 기도하고 사랑해주시는 이들이 있었음을, 있음을, 있을 것임을 알기에 겸허히 살아야지 싶다. 물론 내 성격은 변덕스런 장마 날씨.


당신의 인생 상징물은 무엇인가요?


p.s. 첫 학기 4.0, A 학점도 두 개나 되고 지도 잘 나왔다 싶은지 아직 성적 정리도 다 안 된 성적표를 자랑삼아 카톡을 보냈네.

가기 싫다고 징징거릴 땐 언제고 적성이 맞단다. 사업구상 중이라길래,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나 치킨집? 또 나한테 지청구 얻어 듣고 조금 미안하네. 애썼다, 선배들과 술마시러 다닐 땐 언제고 생각보다 잘 나왔네. 그런데 다른 애들 수준이 그리 높은 건 같지 않다. 더 긴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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