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갈래?"

그녀와 통하는 텔레파시

by 윤작가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기로 결정했을 때도, 마음에 둔 이와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우린 서로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없었는데 생각이 통했다.


마치 탯줄로 이어진 엄마와 아기처럼 말 한 번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게 애들 말대로 소름~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심정에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즈음, 그녀도 나에게 집을 파는 게 어떠냐고 의중을 떠볼 생각이었단다.


'저게 집 하나 있는 거 판다고 또 뭐라 하지는 않을까?', 차마 말은 꺼내지 못 하고 혼자서 끙끙댔을 엄마. 내가 먼저 집을 파는 게 어떠냐는 질문을 꺼내놓자, "니도 그렇나? 나도 그 생각 하고 있었다."라고 하셨던 분.


다짜고짜


"미용실 갈래?"

하신다.


"네?"

"앞머리 안 짤랐나?"

"네."


심심하신가 보다.


"그럼 머리 자르러 가요. 더워서 전체적으로 잘라야겠어요. 저 돈 있어요!"


"그래, 그럼 가자. 머리 말리는 것도 덥다!"

어찌 그리 피는 못 속일까? 덜컥 겁이 난다. 나도 내 같은 딸 낳는 거 아냐?? 이럴 때는 이심전심, 텔레파시 억수로 정확하게 맞지요.


그때도 그랬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연락이 오고, 그래 이번엔 결혼하자 싶었는데...


"어젯밤 꿈에 니가 결혼한다 하더라. 참말로 이상하제."


평소 결혼은 커녕 남자 보기를 돌(?)같이 데면데면하던 나인지라 꿈이라도 요상하다 하실 터. 꽃길 속을 같이 걸어갈 줄 알았던 그 놈은, 다른 이와 섣부른 판단에 초고속 결혼을 해버리고 아이까지 달고 되돌아오고. 이미 너무 늦었다!


"다시 돌아가라. 그 애가 불쌍하다! 애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합쳐서 잘 살아라!"


고민 끝에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 앞에 나는 명판결을 내려주었다.


아무튼 그녀는 누가 뭐래도 내 분신임이 틀림없다. 거꾸로 되었나? 우린 하나임이 분명하오.


머리 자르고 기분 좋아진 그녀를 보니 그녀와 사는 낙이 좋고 감사하다. 솔솔 불어오는 창밖의 바람은 에어컨과 감히 비교가 안 된다.


자자, 머리도 잘랐으니 얼린 야쿠르트 하나 먹고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부해서 남 줘야지.


여기가 천국일세. 나만 누려 미안하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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