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편한 세상

무엇이 우릴 그렇게 몰고 가는 걸까?

by 윤작가

방학 기간, 주말에 하던 수업을 평일로 옮겨 내게는 황금 토요일의 여유가, 덤이 생겼다.


차가 없는 나는 거의 40분 가량의 시간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달한다. 대부분 뒷좌석이 비어 있어 에어컨 빵빵 쐬며 편하게 가지만, 때로 의미없이 앉아 있는 듯한 십대들의 영혼을 대하면 나의 존재도 허물허물해진다.


자신이 아끼고 지지하던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며 마땅히 장례를 치르겠다던 오이디푸스의 맏딸인 안티고네.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이유 하나로 삼촌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국가적으로 금지한다.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 그 누구라도 목숨을 건질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잔 다르크처럼 용감한 여자, 안티고네가 등장한다. 그녀는 한줌의 흙을 오빠의 시신 위에 뿌리고는 장례를 치르지만, 그것을 안 크레온의 명령에 따라 석굴에 갇히고, 강직한 그녀는 자살을 한다. 그 소식을 듣고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이 달려가지만 그녀의 자살 앞에 자신 또한 몸을 던져 죽음을 선택하고.


자살은 동조할 수 없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생명을 아까워하지 않은 안티고네가 남다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 주제로 '내가 꼭 하고싶은 일'에 대해 적으라고 했더니...


대부분이 큰 돈을 벌어 해외 여행을 가거나 별장을 짓고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내용들. 가슴이 답답하다. 너네나 나나 다른 게 무어냐. 그게 한낱 피조물의 지극한 욕망이라고 해도 대놓고 편한 삶이 다라는 식의 생각이 허탈하게 만든다.


하긴 나도 수고 없이 돈 쓰고 싶어하고, 힘든 과정없이 쉽게 쉽게 살고 싶어한다. 군만두, 냉면 등 먹고 싶은 음식은 끊이질 않고 매일 매일이 리조트 마냥 먹고 자고 놀았으면 싶다.


더위에 무너진 게 체력만은 아닌 것이다. 아차 싶지만, 이렇게 무뎌지고 쉽고 편한 삶만 추구하는 내 머리 속 생각들이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너 지금 너무 여유작작한 거 아니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나 나나 인간들이란 그저 폼 나고 몸이 편해 빠진 것만 좋아하는지 한편으로는 아찔하다.


숙제를 도무지 왜 해야 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한자 쓰기를 인문학 수업 후에도 계속 적고 있는 녀석. 본인은 이과라서 말을 못 한단다. 그래서 변호사라는 꿈도 벌써 접었단다.


우리에게는 언제부턴가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라면만 먹고 달렸다던, 그 옛날 마라토너는 아니래도 내가 원한다면 끝까지 목표를 향해 찔러나 보는 독기, 그게 부족하다.


오늘 아침 리우 올림픽, 태권도 오혜리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접하며 저런 끈끈한 정신이 모두에게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적 승리가 나에게도 절실하다.


비상. 그 때를 위해 지금이 중요하지.


여름도 어느 새 많이 지나가고 불어오는 바람이 잦아진다. 안티고네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바로 알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용기, 우리 아이들이 그걸 지녔으면 좋겠다.


숙제 해오면 아이스크림 쿠폰 준댔더니 평소와 다르게 오랜만에 해와서 숙제 안 한 동생과 나눠먹고 인증샷 찍어 보낸 아이. 표내진 않아도 좋은가 보다. 또 어느 아이는 백 년?에 한번 꼴로 겨우 해왔는데 내가 안 믿어줘서 왕창 삐치기도.


얘들아, 샘도 쉽게 쉽게 가고 싶다. 근데 말이다, 너희 다루기도 매번 쉽지가 않은데 인생이라는 큰 산이 무어 그리 쉽게 다가오겠니? 힘든 게 당연한 거란 걸 인정하는 것, 그때 너희는 몇 살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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