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지 않은 버스 안

이럴 때 난 글을 쓰고

by 윤작가

조금 전 옆에 앉은 이는 골초인지 담배 냄새가 짙다. 절교를 서슴치 않을 정도로 나는 술ㆍ담배에 관대하지 않다. 더구나 남에게 간접흡연으로 직접흡연 못지 않게 절대 피해를 끼치는 애연가들의 담배를 혐오한다.


담배 냄새가 조금만 나도 내 코는 금세 알아차리는데 이 사람, 술 냄새까지 섞인 게 내 기분은 영 불쾌하다. 오죽하면 곧바로 폰을 꺼내 자판 열심히 두드리며 글을 쓰겠는가.


'딸아, 나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늘 아버지의 세미한 경고에도 유쾌하지 않은 내 기분은 어쩔 줄을 모르고. 감기 기운에 목도 아픈데, 하.. 이 사람은 자신에게서 그런 냄새가 나는지 알고나 있을까 마구 미워지는데. 여유롭게 앉아 있는 폼이 영 밉상이다. 아마 교복을 입은 십대였다면 오히려 관대했으리라.


나의 인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


수업을 하고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로 버스만 오기 목 빠지게 기다리다 뒷좌석에 타도 안심(?)할 수 없다.


내 앞으로 흰 머리 가득한 여윈 할머니께서 오시고. '아, 이제 내 차례인가 보다.'하며 폰을 가방에 슬며시 넣는 순간, 앞의 아주머니가 자리를 양보하셨다. 언뜻 보니 그 아주머니도 청춘은 아니시라 괜히 옆에 있던 내 마음도 불편하고, 폰 넣기 전에 발딱 일어났어야 했는데 싶고, 그럼 힘들게 올 거란 생각까지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버스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왼쪽에 앉은 어느 아가씨가 내려 그 자리로 내가 옮겨 아까같이 심하진 않지만 한번 흘러들어온 담배 냄새가 나를 심하게 자극하여 온 정신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저 아저씨는 차가 없나?

우리 엄마도 나중에 내가 차가 없으면 힘들게 다니셔야 할까?

저 연세에 자식들이 홀로 버스 타게 했나?

나도 싱글로 늙어가면 쓸쓸한 버스행?


퇴근길 차는 막히고 오늘 따라 아저씨들이 많이 보인다. 에휴, 다들 사는 게 쉬운 게 아니지.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어느 남자는 옆 사람 생각 않고 다리 떡 벌려 자리 더 차지하고, 옆의 아저씨는 하릴 없이 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보는 중.


아이들에게 예의에 대해 말해놓고 나는 무어냐 싶다. 이래서 책은 읽기 쉬워도 삶 속에서 적용하기 힘들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 심하게 담배로 마음 달래었을 수도 있고, 일하는 곳이 담배 냄새에 배여 있을 수도 있는데, 그저 나 싫다고 두뇌부터 찡그리는 건...


관대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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