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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영 Jul 05. 2018

진실한 고백이 가지는 힘

김두식 인터뷰집 <다른 길이 있다>



‘고백’은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한다.


호기심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면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하는 생각에 마음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채워진다.  


이런 생각으로 <다른 길이 있다>를 읽었다.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라 이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기회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타인의 속내를 감당하기 싫기도 했다. 즐거운 이야기만 하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묵직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그 무게만큼 많은 생각과 감정이 필요하니까.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책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이 책이 떠올랐다.  


<다른 길이 있다>는 유명 인사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와 속사정을 풀어낸 인터뷰집이다. 저자가 ‘김두식의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글이 여기에 담겼다. 모두 ‘고백’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왠지 숨죽이고 들어야 할 것 같은 내밀한 이야기들이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막연히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글일 거로 생각했다. 사회가 정해 놓은 천편일률적인 길을 거부하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데 웬걸,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저자인 김두식 교수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던 이들”이라고 인터뷰이들을 평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애초의 다른 길을 선택해서 출발한 것이 아닌, 막다른 길을 만났는데 돌아갈 수는 없는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그것을 돌파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저 대단하게만 보였던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느끼게 했고, 그제야 어떤 인물이 아닌 사람으로 내게 다가왔다.   


한편 인터뷰이만큼 인터뷰어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책이었다. 386세대, 그중에서도 운동권 출신의 유명인사가 주를 이루는 인터뷰이 목록만 봐도 인터뷰어의 관심사, 나이, 사회적 배경을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인터뷰어인 김두식 교수보다 나이도, 학력도, 지식도 부족한 탓인지 몰라도 인터뷰이나 글에 등장하는 사건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해 따라가기 힘들기도 했다.


기사 끝에 나오는 인생 타임라인이 보완해 주기도 했지만,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더불어 ‘내가 만약 인터뷰이였다면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을 섭외할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기사 끝에 5-6장의 사진으로 보는 인생 타임라인이 수록돼 있다. 중년의 얼굴로 기억하는 인터뷰이들의 과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백’을 떠올렸을 때


유독 궁금해하거나 몸을 사리게 되는 건 고백이라는 단어가 진심을 전제로 하고, 진실을 품고 있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백엔 진심이 담겨 있고 진심은 힘이 세다.


<다른 길이 있다>에 담긴 이야기가 힘을 발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인터뷰이 서른 명의 이야기를 통해 “길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길은 있다. 네가 모르는 다른 길이 있다”라고 열심히 독자에게 말을 건다.

 

자존심이 편집장에게 미치는 영향_이충걸


가장 인상적이었던 유시주 씨 인터뷰.


윤태호 작가. <미생>만큼이나 인터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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