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회사에 다닌다. 일의 특성상 남직원과 한 조가 되어 외근하러 다니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제가 다 할게요"
"쉬고 계세요"
이른바 나만 믿어 3종 세트다. 순서만 다를 뿐 대부분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듣는다.
“무슨 소리냐”고
“그럼 지금 퇴근하겠다"고
"미안하지만, 하나도 안 멋있다"고
이런 가시 돋친 말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꾹꾹 누르고 건조하게 웃으며 답한다.
“아니예요. 저도 일하러 왔는데요.”
정말 모르는 걸까.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이런 말들이 도리어 불편하게 만든다는 걸. 지금까지 쌓인 경험치로 종합해 보건대 정말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은 액션이 크지 않았다. 배제 아닌 배려가 느껴졌고 나를 여직원, 이등 직원이 아닌 동료로서 존중했다.
반대로 ‘제가 다 하겠다’며 거드름을 피거나 아이를 대하듯 상냥하게 굴며 오버하는 사람은 꼭 실수했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고집을 부리며 도움을 마다했다. 거기서 나의 도움은 본인의 무능을 방증하는 꼴이니까.
배려와 배제의 차이는 크다. 주로 태도로 구별된다. 진심은 사소한 것에서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이런 차이로 인해 내 마음은 따뜻해지기도 하고 차갑게 식기도 했다. 배려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유 없는 배제는 불쾌한 일이므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 구분이 뚜렷한 이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일하는 그들이 이런 방식으로 나를 '배려'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이곳이 세 번째 회사이며 성별에 기초한 의미 없는 구분이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끔 어떤 상황을 상상한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나를 쉽게 배제하는 그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는 상황을.
이를테면 작은 키, 까만 피부처럼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요소로 인해 ‘넌 (키가 작으니까) 하지 마’라든가 ‘(피부가 어두우니까) 그냥 쉬고 있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지 그들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그러면 혹시 이런 내 불편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