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진영 Jan 13. 2021

사랑을 결심하는 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잘 몰라도 받아들이고 공부하게 돼요. 그래서 많이 아는 것보다 사랑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를 봐요. 준비가 되어 있으면 알게 되더라고요. 배우고 싶어져요.”



사랑만큼 세상에 넘쳐나는 말이 있을까. 한때 나는 대중가요의 90% 이상이 사랑을 노래하는 게 참 신기했다. 사랑 대체 뭐길래. 좋다고 난리, 헤어지면 헤어진다고 난리. 드라마, 영화에서도 가장 흔한 이야기가 남녀 간의 사랑 아닌가. 사방에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는 탓에 사랑은 당연히 찾아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 그때는 몰랐다. 사랑 이야기가 되풀이 되는 건 사랑이 흔해서가 아니라 귀해서라는 걸.


사랑은, 드문 겁니다. 모르세요?


수년 전 인스타 친구인 어느 편집자의 프로필에서 보고 멈칫한 문구. ‘와, 이 사람 뭐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하마터면 허공에 대고 ‘네...몰랐어요’라고 할 뻔했던 인상적인 소개였다.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매사 소극적인 내가 소개글이 인상적이라고 먼저 댓글을 남길 정도였으니까.


저 문장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은 그즈음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이를 먹고 나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이 여러 일을 경험하는 걸 보면서 내가 드라마, 영화에서 배운 사랑은 극히 일부라는 걸 체득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랑을 대하는 내 시선도 달라졌다.


흔히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통제되지 않고 들끓는 채로 쏟아내는 뒤틀린 격정 모두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문제는 사랑이  혼자서만 하는  아니라는 겁니다.

사랑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의 이면>에서는 사랑보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지만, 저는 거기에 덧붙여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이기 때문이라고요.

사랑은  안에 있거나 상대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사이의 좁혀지기도 하고 넓혀지기도 하는 공간에 불안정하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조그맣고 불안정한 공간과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노력이고, 본능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선 태도입니다.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야만 하고 갈고닦아야만 하지요. 그건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_이동진, <밤은 책이다>


특별한 걸 발견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 어쩌면 사랑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특별한 사랑, 운명적인 만남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사랑을 결심하는 사람.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대상을 사랑함으로써 특별해지는 사람들. 이제 이런 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다다르는 결론은 하나. 결국 인생의 모든 것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