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
오늘은 2021년 5월 24일.
저는 침대에 엎드린 채 옆구리에 고양이를 끼고서 이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4월 26일 이 비정기간행 시리즈의 첫 글을 쓸 때는 유튜브 프리미엄 고객이 아니었는데요. 결국 저는 광고의 힘에 못 이겨서 엊그제부터 결제를 해 광고 없이 이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아 창문을 열어 놓고서 옆에 고양이를 둔 채 4분 49초를 가득 채우는 보컬의 목소리를 들으니 가사와 제목이 유난히 더 잘 와닿는 느낌이 듭니다.
검색창에는 신인류 안식처라고 쳐야 헷갈리지 않고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T4PXjTm34g
노래를 틀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보컬리스트 신온유의 목소리입니다. 처음 이 노래를 접해 들으면서 가사를 대부분 신온유 보컬이 썼다고 들었는데, 다시 확인차 검색을 해 보니 신인류의 곡 대부분의 가사를 썼다고 합니다. 열렬히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신보 소식이 들렸다면 아주 반가웠을 밴드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밴드는 이미 해체를 했다고 하네요.
가사가 일품입니다. 가사를 쓴 사람을 기억할 정도이니 이 가사가 제 마음에 많이 새겨졌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저는 원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많이 곱씹는 편인데, 이 노래는 청량한 선율에 가사가 유난히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매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올려 놓은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 스틸 이미지로, 분명히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저 나뭇잎들이 비에 젖는 것 같은 영상이 머리속에서 재생되곤 합니다. 침대가 창문과 가까이 붙은 방에서 열기를 식혀 주는 소나기 같기도 하고, 먹구름이 끼었지만 울적하지 않은 어느 비 오는 날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그 무엇이든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느긋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종종 공감하겠지만, 아무리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라도 영상 자체가 리릭 비디오가 아닌 이상 가사를 찾게 됩니다. 그래서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올려 놓은 댓글을 보면 아주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특히 이 곡은 꼭 가사를 찾아서 곱씹으며 들어야 하는 많은 곡 중 하나이니까, 고마운 누군가의 노고를 좀 더 알차게 누릴 수 있겠습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다른 곡들도 가사는 일품입니다. 앨범 전체가 봄부터 여름을 거치며 소중한 사람에게 쓴 여러 통의 편지 같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사가 아름답고, 마치 마음을 건네는 곡들이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되는데 덕분에 이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클래식이 아닌 이상 가사가 있는 가요를 듣다 보면 그 무엇보다 가사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신인류의 모든 곡은 가사에 멜로디가 전할 수 있는 마음까지 포괄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안식처를 반복 재생했네요. 이제 그런 하늘이라는 동일 앨범의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고 싶어져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들어 보세요. 들어 보고, 여러분의 마음이 가사에 담겨 있는 것만 같다면 그 마음을 전해 주고 싶은 누군가에게 링크를 건네 보아도 좋겠습니다. 신인류의 안식처입니다.
본 시리즈의 저자는 많은 노래를 넓고 얕게 좋아합니다. 취향의 스펙트럼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아 듣고 또 가끔 이렇게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