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등학생이 지각을 피하기 위해 어디까지 해봤을까?
나는 매일 아침 지각과의 사투를 벌였다. 7시 30분 등교 시간은 나만의 러닝 타임이었다. 동산 위에 세워진 학교 언덕을 무릎이 성할 날 없이 뛰어 올라갔다. 당번이라도 하는 날엔 친구들이 나 때문에 반에 못 들어갈까 봐 온몸이 땀에 젖도록 달렸다.
나의 해결책은? 일단 나무 뒤에서 운동화를 실내화로 갈아 신고, 가방을 풀숲에 숨긴 다음,
조용히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태연하게 0교시 자습을 마친 뒤, 쉬는 시간에 유유히 나가 풀숲의 가방을 수거해 왔다.
수업이나 야자가 왠지 견딜 수 없는 날엔 나의 책상과 의자를 어디론가 숨겨버렸다. (도대체 어디에 숨겼는지 정확히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런 나를 지켜봐 준 친구들의 인품에 새삼 감탄한다. 나를 찾으러 와준 반장! 미안하다! 그 당시 나는 책상이 없으면 내가 없는 줄 모를 거라 생각했다;) 수업을 뒤로하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 의자를 붙여 누웠다. 하늘 위 구름 끝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충동은 때때로 나를 학교 밖으로 이끌었다. 자율 학습시간에 공부하던 책을 그대로 둔 채 30분 거리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무협지를 빌려와 다시 학교 책상에 앉았다. 불합리한 일을 당한 주인공이 스승을 만나 연단 끝에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 그 치열한 세계에 빠져드는 것은 나에겐 도피처였다.
10시, 의무 야간 학습이 끝나면 나는 벌떡 일어나 운동장을 10바퀴씩 돌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한두 시간 더 공부했다. 몸속의 에너지가 좀이 쑤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 학년에 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부분 야자를 끝내고 집에 갈 때, 나는 누가 보든지 말든지 전혀 안중에도 없이 밤마다 홀로 운동장을 뛰었다. 그리고 땀냄새를 싫어했던 내 친구야... 미안하다!!
여름엔 에어컨 추위를 견딜 수 없어 겨울 체육복을 입었고, 시험 기간엔 세수만 간신히 한 몰골로 나타나기도 했다. 겉모습은 꾸밀 줄 모르는 모범생 그 자체였지만, 속은 누구보다 자유분방했다. 저녁 급식을 먹고 친구와 몰래 학교 근처 대학가로 나가 한 끼 더 사 먹고 아아까지 마시고 돌아왔다. 성장기니까 4끼는 먹어야 했다!
이런 나의 기행을 멀리서 모른 척 지켜봐 주신 어른들과(물론 걸리면 남녀 불문 엎드려뻗쳐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던 시절이다.) 나의 기행을 놀림감으로 삼지 않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ADHD 아이들을 보면 유독 마음이 간다. 그들의 산만함 속에 감춰진 생동감과 남다른 시선이 그냥 예쁘다.
그럴 때 이 아이들은 어떤 사람들에게 놀림감, 유희거리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바람은 최소한 학교 안에서 교사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교사가 훈계할 영역이지 놀림감이 아니다.
모두를 위해 교사의 권위가 회복되는 시스템을 갖추어 당연히 있어야 할 교권이 회복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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