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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Jun 13. 2024

오래된 소화불량

잔상

폭포처럼 두서없이 그대로 쏟아놓으면 조금 소화가 되는 것 같았다. 과식 후, 아니면 과음 후 속이 더부룩할 때 손가락을 집어넣어 억지로 욱여넣은 것들을 토해내면 한결 가벼워지는 것처럼.


그리고 냉수 한 컵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면 무엇이든 다시 씹어먹을 수 있듯.


그렇게 손꾸락을 집어넣어 눈물과 콧물, 오물을 뱉어버리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했다. 그동안의 사건들을 마주하고, 외면해 버리는 나만의 노하우랄까.


그런데 이번 잔상은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시각적으로 뇌리에 박혀 버린 메시지의 잔상이 꾸준히 문득문득 나를 흔들었다. 그래도 끄집어낼 수 있는, 익명의 누군가들에게 응원을 받는 유일한 이 공간 덕분에 천천히 소화시켜 나가고 있다.


꽤 매우 단단해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상처받고,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도 난 달라지고 있다. 내 마음을 이리 읽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알아차림의 순간들이 모여, 훗날 쉰 정도가 되었을 때도 이 공간에서 숨 쉬며 스스로, 혹은 같이 치유해 나가는 동료? 들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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