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에겐 완전소화란 없을지 모른다.
동행
그 많은 시간과 찰나를 통해, 완전 소화를 바랐다. 소처럼 되새김하면서 씹고, 또 씹으면 잘게 부서져 위액과 위의 운동을 통해 어느샌가 다른 장기로 넘어가 결국 우리의 위엔 잔여물이 남기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위에 또 다른 음식을 넣으며 살아가는 것처럼 일상에서 많은 에피소드들로 채워간다. 그리고 또 그것들끼리 얽히고설켜 믹스되어 가겠지.
처음부터 내가 가진 결핍과 상처, 주홍글씨들이 깡그리 없던 일이 될 거라는 망상까진 하진 않았더랬다. 그저 소화능력이 향상되거나, 애초에 몸에 해로운 음식은 먹지 않는 분별력을 가진 현자가 되고 싶었을 따름이다.
잔상이 남고, 흔적이 남고, 또 다른 글씨가 새겨지더라도 이제 우리는 , 나는 껴안고 동행해야 할 사람으로 살아가야 함을 받아들인다.
근접한 거리가 아니고,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데려가고 동행하는 일.
그래서 지금 오늘은,
또 웃어본다.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미제 사건들보다
더 고구마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우리는 각자의 생존방식으로 그렇게 나와, 나
나 자신을 데리고 간다.
그리고 쉬어가고 싶은 날엔 같이 쉬고,
울고 싶은 날엔 같이 울어버리며
성인아이가 된 나를 내가 비로소 보듬으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