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육아 동지 어르신

25년 6월 25일 수요일

by 여성예 마음찻잔

마음의 편지


일상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동지 같은 분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월요일 오후,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는 오후에 하원을 하고 아들과 함께 동네 놀이터에 갔을 때 일이에요.

요즘 네 살 아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어떻게 하면 더 잘 놀아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놀이터에 도착하니 아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고 저는 벤치에 앉아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죠.



그때 옆 벤치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셨어요.

"아들이 참 활발하네요. 몇 살이에요?"

"네, 네 살이에요. 너무 활동적이라 따라가기가 힘들어서요."

"아, 그 나이 남자아이들이 제일 개구쟁이죠. 저도 두 아들을 키웠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할머니는 손자를 데리고 나오셨다고 하셨어요.

"아들이 늦게 퇴근해서 제가 종종 봐주고 있어요.

손자도 네 살인데, 하루 종일 '할머니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면서 쉴 틈을 안 줘요."


할머니의 말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요. 똑같은 상황이었거든요.

"네 살 남자아이들은 정말 끝이 없어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어요.

세대는 다르지만 네 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고충은 똑같았거든요.


"요즘 엄마들은 참 대단해요.

저희 때는 아이 아빠들이 육아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혼자 다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정말 존경스러워요."

할머니의 말에 그동안의 피로감이 조금은 인정받는 기분이었어요.



"힘들죠? 얼굴에 다 나와있어요."

할머니가 따뜻하게 말씀하시니 그동안 혼자 끙끙 앓았던 마음이 터져 나왔어요.

"네, 정말 힘들어요. 아들이 말을 안 들으면 자꾸 소리를 지르게 되고, 그러고 나면 또 자책하게 되고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공감해주셨어요.



"남자아이들은 특히 더 그래요.

가만히 있질 못하고 위험한 것만 골라서 하려고 하고...

저도 큰아들 키울 때 하루에 몇 번씩 소리를 질렀는지 몰라요.

밤에 잠든 얼굴 보면서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신기한 게, 지금 보니까 그때 그렇게 말썽이던 큰아들이 제일 효자예요.

어릴 때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그 활발함이 아들의 장점이 된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씀이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네 살 때는 정말 말이 안 통해요. 하지만 다섯 살만 되어도 확실히 달라져요.

말도 늘고 이해력도 생기고...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예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할머니의 격려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면서, 할머니와 저는 남자아이 육아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남자아이들은 에너지 발산이 중요해요. 실컷 뛰어놀게 해주면 집에서는 좀 조용해져요.

그리고 규칙은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해주세요."



"무엇보다 아들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도 처음이고, 네 살 아이도 처음이잖아요. 서로 배워가는 거예요. 완벽한 엄마는 없어요."

할머니의 따뜻한 위로에 그동안 쌓였던 미안함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걸 느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봤어요.

오늘 만난 할머니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를 말이에요.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시기가 지나간다는 희망도 얻을 수 있었거든요.


네 살 아들을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지만,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이 있다는 게 든든했어요.



오늘의 마음 PT


육아의 길에는 예상치 못한 동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과 마음을 나눠보세요.


그 공감과 격려가 어려운 순간들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거예요.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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