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충분하기
잘살고 있는가?
잘살고 싶은가?
아니, 그 이전에 잘살아야 할까?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때론 왠지 모를 허무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을까? 나의 억척스러움에 아끼는 누군가가 상처받는 날에는 허무감을 넘어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잘살고 있는 걸까?"
'잘살아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이 꽤 중요한듯하다. 연일 도서 베스트 셀러에는 '삶의 정석'을 표방하는 책들이 선정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소위 잘사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연일 방송한다. 마치 누군가 우리에게 '잘살기'라는 미션을 준 듯, 우리의 삶은 언제나 비교 대상에 놓인다.
사실 그렇다. 잘사는 것은 중요하다. 얼마를 벌든, 어디서 일하든,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우리는 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 '여가 시간을 많이 갖는 것?',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 어느 하나 단정 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돈을 많이 벌어도 삶에 만족하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여가시간이 많은 사람은 경제적 문제와 또 다른 문제에 시달린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어떨까.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실제 만족도를 들어보면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다소 말장난 같을 수 있지만 나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 자체에서 ‘잘 살지 못하는 삶’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잘 살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부담도 함께 커지며, 그 기준은 굉장히 상대적이기 때문에 충족되기 어렵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고, 비교적 내 모습은 잘 못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살아야 한다’고 규정짓지 않는다면, 잘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다면, 우린 썩 괜찮은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아프지 않고, 매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 특별한 것이 없기에 더욱 특별한 삶.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그런 삶. 거기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잘 사는 삶'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