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오랜만에 올리는 글

by 바이블루

예전에 한 친구가 너는 연인이 너를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가 언제였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바로 떠올랐던 건 나와 당시 연인이었던 사람과 친구, 이렇게 셋이 만났던 때였다. 배가 불러서 반찬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나를 주시하고 있던 상대방이 '이제 배부르구먼? 반찬만 뒤적거리는 거 보니?'라고 말했다. 친구한테 그때 그 연인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근데 친구의 반응이 의외였다. 얼마나 뭐가 없었으면 그걸로 사랑했다고 느꼈냐며.


요즘 느끼는 사랑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을까. 연인을 비롯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을 때라고 하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이 나를 궁금해해 주고 걱정해 줄 때. 내가 찾지 않아도 먼저 찾아와 조용히 안부를 물어봐줄 때. 서운함이나 섭섭함보다 먼저 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가올 때. 이 사람은 진짜 나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문뜩 내가 느끼는 사랑에 대해 정리하고 싶어졌다.


1. 서운해하기 전에 그 사람의 안위를 먼저 묻는다.

내가 느낀 사랑은 배려심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진짜 사랑을 하면 걱정을 하게 되고 나보다 그 사람의 안위를 묻게 되는 것 같다. 간혹 너를 사랑해서 섭섭해하는 거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어쩌다 한 번씩이다. 매번 섭섭하고 매번 서운한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상대방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내 서운함보다 먼저 그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살피게 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까?', '많이 피곤했나?', '오늘은 그냥 가만히 두는 게 나을까?',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나을까?'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섭섭해한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통제하려고 한다. 원하는 대로 안되면 다시 서운해하고,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보다 섭섭한 마음을 쌓아둔다. 그게 사랑이라고 여기며 쌓아두다가 나중에 곪아 터져 상대방도 나도 다 아프게 만들곤 한다. 섭섭함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매번 섭섭해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건 통제고 이기적인 행동이다. 그냥 본인이 더 받고 싶고 본인의 만족을 위해 상대를 만난다고 증명하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게 되면 먼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


2. 바꾸려 하기보다 도움이 되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잘 됐으면 좋겠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친구든 연인이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맘이 든다. 그런데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맘이 순수하게 그 사람을 위한 게 아닌 나를 투영한 욕심이 되어,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재단하고 바꾸려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다.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 이런 비뚤어진 사랑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너에게 기대하게 되고 더 안정적이게 됐으면 좋겠고 더 건강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계속 확인하고 통제하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꾸려 하는 것만큼 괴롭고 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게 없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타인에게 투영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 한다. 진짜 사랑한다면 바꾸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이 더 힘을 낼까? 뭘 도와줘야 좀 덜 힘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게 덜 참견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게 된다. '내가 뭐라 하면 더 힘들겠지?', '오늘 밤새서 피곤했을 텐데 커피쿠폰이라도 보내줄까..?' 사랑하면 조심스러워진다. 혹여나 이 사람을 상처 입힐까 봐. 그런 소중한 상대를 통째로 바꾸려 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걸 과연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3. 작은 것을 기억하게 된다.

나에게 사랑은 큰 이벤트나 격렬한 감정표현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뜨거운 사랑이나 극단적인 고백으로 상대방을 설레게 하려는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냥 그때그때 불을 붙여 사랑을 크게 부풀어 보이게 할 순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잘것없는 맘이 다 드러나게 되었다. 요즘 느끼는 사랑은 일상적인 것들, 아주 작은 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것이었다. 초반에 언급했던 젓가락질을 보고 내가 배가 부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랑을 느꼈던 것처럼. 내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이다를 시키는 걸 기억하고 '사이다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해 두는 것. 그래서 다음에 음료를 시킬 때 자연스레 사이다를 시켜주는 모습.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신나 하자 '요즘 피곤해 보였는데 좋아하니까 다행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책을 기억하고 서점에 갔을 때 슬쩍 펼쳐보는 행동.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억하고 차에 탔을 때 틀어주는 것. 작은 행동들이 쌓여서 이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기본적으로 내가 경험한 나를 충만하게 하고 채워줬던 사랑은 '나'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 중심이 되는 것이었다. 쌍방향으로 서로가 상대방을 중심으로 했을 때 서로가 채워지고 끈끈해지는 것이다. 본인을 중심으로 한 사랑을 경험했을 때는 나를 탓하거나 섭섭해하거나 통제하고 바꾸려 하는 것들을 경험했다. 그런 사랑은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나를 끌어내리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아서 점점 더 고갈되는 느낌이 들었다.


남을 고갈시키는 사랑을 사랑이라 믿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 사람들이 받은 사랑의 모습이 그 형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랑의 첫 시작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주어지는 부모의 사랑이다. 그 사랑을 시작으로 사랑이 선순환될지 악순환될지가 정해진다. 진짜 사랑의 모습을 알고 실천하고 또 그걸 나중에 나의 자녀에게 베푸는 것이 진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랑은 하나님이 주신 선한 본능이고 계속 알아차리고 올바른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기억하고 또다시 보기 위해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을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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