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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엽 Jun 02. 2021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혼자서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타이어 수리센터를 다녀왔다. 골목에서 유턴을 하다가 타이어 옆면이 연석에 긁혀 찢긴 것이다. 너무 놀라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중고차를 넘겨준 삼촌에게 연락해서 타이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삼촌이 추천해준 타이어 수리센터에 혼자 차를 몰고 가서 진단을 받는데 문뜩 이제 이런 것도 혼자서 다 해내야 하는구나. 나 어른 다 됐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뭐가 고장 나고 안되면 그저 엄마, 아빠를 부르기 바빴는데. 이젠 나 스스로에게 의지해야 한다.


새삼스럽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있지만 내 한 몸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한 명뿐이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점점 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것이 늘어가는 것임을 깨닫는다.


어릴 때 든든하게 의지하던 부모님을 떠나 이젠 잘못되든 잘못되지 않든 혼자 결정을 내리고 걸어가야 하는 것. 서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부모님이 나이를 먹어가고 이제 부모님의 결정도 내가 내려야 할 때가 생기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감을 느끼며 쓸쓸한 마음이 가중된다.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던 책임감과 부담감의 무게가 갑작스레 느껴지면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나는 아직 어린데, 나는 아직 누군가를 부양하고 보살피기엔 불완전한 존재인데. 그런 생각은 이제 핑계고 어리석은 생각이고 미성숙한 생각이 되버린다. 점점 보살펴야 하고 돌봐줘야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어느새 나는 작은 새싹에서 금세 다 자란 줄기가 되어버렸다. 부모님은 그 탄탄했던 줄기가 어느새 힘을 잃고 건강한 줄기를 지탱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요즘 들어 부쩍 엄마가 물건 주문이며 온라인 신청이며 인터넷과 관련된 일들을 전부 나에게 부탁하는 것을 보고 짜증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부탁한 일을 해주면서도 짜증스럽게 '엄마가 혼자 해보려고 시도라도 해야지.'하고 쏘아붙인다. 엄마도 기분이 상해서 혼자 해보겠다며 스마트폰을 들고 낑낑거린다. 그 모습을 보면 과거 엄마의 단단했던 모습과 함께 나의 미래의 모습이 함께 합쳐지며 짜증과 우울과 걱정스러운 모든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른이 되어 느끼는 자유로움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서글픔, 두려움, 막막한 마음이 더 느껴지는 날이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쉬운 여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어릴 때 이해가 되지 않던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점점 계단 위로 올라가며 시야가 넓어지는 것. 내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부모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중고등학생 때 선생님들이 내 나이였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는 나이. 때로는 몸만 어른이 된건 아닌지 자신감이 없기도 하고 내가 누구를 돌볼 수 있을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나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어른을 준비된 채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어느새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도 한다. 이 마음은 10대와 20대 때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어른을 보며 안타까운 감정을 느낀다니. 어릴 때 원하던 꿈을 뒤로한 채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모습, 무작정 미래를 밝고 희망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사실을 점점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냥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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