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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엽 Apr 01. 2021

다시 퇴사

자유를 향한 여정

3월 초중반, 회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는 몇 달간의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결정이 된 이후의 퇴사 수순은 순식간이었다. 어떤 일의 마무리를 표현할 때 ‘시원 섭섭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 이번 퇴사는 시원하고 섭섭했다. 일하던 동료들과의 헤어짐은 정말 많이 섭섭했다. 그렇지만 일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다. 지금의 회사는 야근도 많지 않았고 일도 정해져 있었다. 업무 강도도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왜였을까? 일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지금 만들고 있는 디자인이 세상에 필요한 디자인인 건가? 내가 하는 일이 디자인이 맞는 건가? 나는 계속 이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쉽다고 계속 이 회사를 다니는 게 맞는 건가? 머릿속에 물음이 끝이 없었다. 물음에 대한 답이 ‘퇴사’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내가 느끼는 답답한 감정과 퇴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끊어낼 행동을 취해야 했고 그것이 나에겐 퇴사였던 것 같다. 정리는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하고 탐험을 하고 싶어 하는 본 기질이 퇴사라는 행동을 하나의 탐험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퇴사하면 뭐할 거야?”


나이도 그렇고 다들 나의 미래를 굉장히 걱정해주었다. 퇴사 이후 뚜렷하게 정한 계획은 하나다. 독서 시간을 많이 갖고 삶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 추상적인 계획이다. 요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인생의 12가지 법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인생의 12가지 법칙이란 책에서 2번 3번 읽고 싶은 파트가 있었다. [ 법칙 7의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 부분이었다. 퇴사가 쉬운 길일 수도, 어려운 길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선택이었던 것은 맞다. 의미 없는 일을 끊어내는 선택을 했던 것엔 후회가 없다. 하지만 이젠 진짜 의미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 의미가 있으면서 돈도 벌어야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거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막연히 서른 살쯤이면 난 이런 모습이겠지 하며 그렸던 모습이 있었는데 지금 내 서른 살은 여전히 어리고 탐험하고 포텐셜을 꽃피우고 싶어 하는 10대 20대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이젠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해!라는 조바심과 촉박함, 두려움이 더 커졌다는 것은 차이점일 수 있겠지만..


다음의 여정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아무튼 나는 늘 자유를 갈망한다. 소속되지 않고 내가 나에게 소속되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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