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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엽 Apr 14. 2021

모녀와 자매 사이

나이가 들수록 자매처럼 변해간다

남매와 자매의 차이

나는 남매이다. 나와 남동생은 성격이 물과 기름 수준이어서 어릴 때부터 붙여두면 싸우기 일수였던 것 같다. 남동생과의 카톡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단어도 문장도 아니다. ‘ㅇ’ 자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성격을 남매로 자랐기 때문에로 합리화했다. 남매로 자랐기 때문에 내 성격은 무미건조하고 시니컬한 것이다라고. 내 주변의 자매인 친구들은 대화를 할 때 풍부한 제스처와 공감능력 스킬을 보여준다. 옷도 여성스럽게 잘 입고 베푸는 것도 잘한다. 이런 것들 외에도 자매인 친구들에겐 신기한 부분이 많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하루에 몇 번씩 카톡으로 일상을 주고받는다는 것(문장으로), 서로의 생일을 살뜰히 챙긴다는 것, 주말에도 함께 놀러 간다는 것 등이다. 모든 남매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남매는 서로의 생존 여부조차 잘 모르는데, 자매들은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취향도 잘 알고, 예쁜 카페가 생기면 함께 가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다.


그런데 퍼뜩, 엄마와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나의 관계는 모녀관계라기보다는 자매관계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만큼 변해가고 있었다. 학생 때는 엄마에게 연락을 하는 경우가 허락을 받아야 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일상적인 것들로 연락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예쁜 카페에 가면 엄마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고 ‘다음에 바람 쐬러 같이 오자.’라고 보내곤 한다. 엄마는 심심할 때 나에게 ‘뭐해’라는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날씨가 풀리면서 엄마의 퇴근 시간이 맞춰 함께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자매들을 보면서 신기했던 것이, 매일 집에서 보면서도 주말에도 같이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가는 것이 었는데 나와 엄마도 딱 그러고 있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것도 영락없는 자매의 모습이다.


엄마와 자매처럼 되어가며 느끼는 것들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했을 때 내가 언니처럼 엄마를 챙겨야 할 때가 많다. 커피 하나를 시킬 때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하거나 시키는 과정이 복잡하면 주문은 내 몫이다. 가끔 진지하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 엄마, 나 없으면 어떡하려고.’ 엄마가 어릴 때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랬을까? 가끔은 이렇게 주제넘은 생각도 해본다.


엄마와 자매 같은 관계가 될수록 또 느끼는 것이 있다. 엄마라는 한 사람의 성격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밝고 당찬 성격, 급작스레 소심 해지는 성격, 독불장군 같은 고집들. 엄마의 성격에 대해서 내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나이가 들수록 나는 이해받아야 되는 사람에서 누군가를 이해해야 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날 이해해야 했다면, 이젠 내가 엄마를 이해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이해하려고 할수록, 간혹 공감되지 않는 엄마의 성격, 모습들에서 내 모습이 또렷하게 보인다. 엄마는 30 후의 나이구나. 내가 엄마의 30  모습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엄마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아진다. 엄마의 삶, 엄마가 내 나이 때 두려워했던 것들. 어릴 때는 궁금하지 않았던 엄마의 삶이 궁금해진다.


내가 딸이라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딸이기 때문에 엄마랑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이 좋다. 그리고 지금이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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