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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블루 Oct 06. 2020

[감상평] 비긴어게인

가을에 꼭 다시 봐야 하는 영화..!

비긴어게인을 보고 싶다고? 그럼 가을이 온 것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서늘하다. 어느덧 가을이 온 것이다. 코로나 때문인지 이번 해는 유독 4계절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계절을 피부로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갑작스레 듣고 싶어 지는 음악과 영화로 어떤 계절이 왔음을 체감한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바람인가요, 비긴어게인, 시월애 등등

사람마다 계절을 느끼는 방법은 다 다를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정말 그 계절에만 유독 생각나는 영화나 음악, 책들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 계절에 개봉된 영화나 책이 아니더라도 그냥 내 기억 속에 '서늘한 바람 = 그 영화' , '가을 하늘 = 그 책'처럼 분위기와 온도 같은 추상적인 것들이 영화와 책 같은 구체적인 사물과 연관되어 머리에 저장되는 것 같다.


아무튼 비긴어게인 감상평을 써본다
느낀 점 1. 모든 스토리의 시작은 일상이다.

작고 낡은 바, 한 여성이 노래하고 한 남자가 그 노래를 듣는다. 모든 스토리의 시작은 일상이다. 일상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지겹고 힘들어서 빨리 주말이 오기만 바라게 된다. 비긴어게인의 시작은 그런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연관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은 영화 초반에는 전혀 운명적인 만남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시작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둘의 운명적 만남 이후 그레타의 노래에 트랙이 하나씩 얹어지며 곡이 완성되어가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느낀 점 2. 댄과 그레타의 만남은 재능과 재능의 만남이었다.

반짝반짝 빛났지만 지금은 낡고 누추해진 재능과 아직 먼지에 가려져 자신의 빛을 모르는 재능. 둘이 만나기 전까지 그들의 재능은 모든 사람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그저 그런 재능이었을 뿐이었다. 댄의 낡고 누추해 보였던 재능은 그레타의 곡을 듣는 순간 다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레타의 재능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재능이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빛을 발하는 것. 진정한 재능의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댄과 그레타의 만남은 재능과 재능의 만남이었다.


느낀 점 3. 그레타와의 우연한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댄의 기도 응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댄은 우연히 그녀를 만난 것일까? 종교를 가진 입장에서 느낀 점이다. 댄이 그녀를 만나기 전, 그는 지하철에서 한 남성에게 전도 전단지를 받는다. '하나님께서 당신을 혼자 두지 않으십니다.' 댄은 영화에서 신을 믿는 것 같지 않지만 전도지를 받은 그 순간은 짧은 기도를 올렸을지도 모른다. 정말 하나님이 계신다면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 한줄기 빛을 내려달라고 스쳐 지나가듯 기도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연착된 지하철로 인해 잠시 들른 바에서 댄은 빛줄기를 만난다.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담은 노래 가사에 마치 원래 알던 노래를 들은 것처럼 감정이 끌린다. 사람들에겐 지루하고 따분한 인디가수의 노래였을지 모르지만 댄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노래가 들린다. 그레타와의 우연한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 댄의 기도 응답이었다고 생각한다.

느낀 점 4. 그와 그녀는 음악을 통해 서로 얘기했고 그 시간만큼은 진짜 사랑에 빠졌다.

댄과 그레타가 서로 동업하여 음반을 만들기로 한 이후, 둘이 서로의 mp3를 들으며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나에겐 낭만적이게 느껴지기보다는 조마조마한 감정이 들게 했다. 사랑엔 국경이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댄과 그레타가 맺어지는 건 아름답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한다는 건 음악을 하는 사람에겐 서로의 내면, 진짜 내 모습과 취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응원하진 않았지만 결국 그와 그녀는 음악을 통해 서로 얘기했고 그 시간만큼은 진짜 사랑에 빠졌다. 그레타와 댄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짧고 강렬한 사랑을 마음에 새겼다.

느낀 점 5. 그들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것 같다.

비긴어게인의 마지막은 해피엔딩도 아니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해피엔딩에 가까운 것 같긴 하다. 결국 음반은 성공했고 댄도 자신의 재능에 다시 한번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댄도 가족 문제가 회복되는 듯하고 그레타도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지키며 음반으로 수익과 명성을 얻는다. 현실적인 듯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엔딩이다. 나는 영화가 댄과 그레타의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을 땐, 그들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고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것 같다. 대신 음악을 들으면 그들은 그때의 교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내가 가을이 되면 비긴어게인이 보고 싶은 것처럼 뉴욕을 누비며 들었던 곡들을 듣는다면 언제든 그 상황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추상적인 것들에 묻어져서 떠오를 때가 참 많다. 그리고 유독 가을이 그런 것 같다. 나에겐 가을이 유난히도 저장된 정보가 많은 계절이다. 떠오르는 영화로, 노래로, 책으로, 추억으로. 이번 해에도 가을을 아주 몸이 저리도록 느끼고 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이 정보들을 많이 기록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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