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이 왔다

누군가는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by 바이블루

완연한 가을이 왔다. 풍경을 즐길 새도 없이 몇 주가 성큼 지나갔는데 그때에도 나뭇잎은 색을 바꾸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느닷없이 가을병이 돋아 운전을 해서 물왕저수지를 찾았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터라 그냥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찍고 왔는데 이곳에서 완연한 가을을 만났다.

왜인지 모르게 군고구마 냄새가 나는 기분이 든다. 창밖으로 예쁘게도 색을 입은 나뭇잎을 바라보며 잔뜩 운치에 취해보았다. 평온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계절인데, 한편에선 계절감 없이 슬픔만 울렁거리고 있다. 갑자기 2014년도 4월 회사 워크숍을 위해 여권을 발급받으러 가던 택시 안이 생각났다. 그때도 봄기운이 만연했고 나는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워크숍에 들떠 있었다. 그때 타있던 택시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탄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여권을 발급받으러 가던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올 줄 몰랐던 뉴스였다.


지난 주일 아침에 괜찮냐는 친구들의 연락을 받았다. 영문을 모른 채 괜찮다고만 답장을 보냈다. 어제는 그렇게 별생각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오늘 상세한 뉴스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몸이 약간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장소에 있을 수도 있었던 지인들 혹은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으로의 단풍을 즐길 생각에, 그리고 오랜만의 축제를 즐길 생각에 들떠만 있었을 텐데. 아무도 그런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의 하루도 그냥 흘러간 하루일 테지만 몇 년이 지났을 때는 2014년 4월처럼 이태원 참사와 연관된 가을로 남을 것 같다. 참사를 당한 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른 가을 여행을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