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와 엄마를 모시고 전남으로 떠났던 여행
- 두두두두두두둑
물을 뚝뚝 떠다 붓듯이 굵직한 빗방울이 갑작스레 쏟아진 하루였다. 정말 사정없이 빗물이 떨어져 운전을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이런 빗줄기를 만나니 손에 땀이 슬쩍 났다.
“휴게소에서 쉬고 갈까?”
뒷좌석에 앉아있던 이모가 약간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달려도 새벽 1시는 되어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터라 고민이 되었다. 나는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전라남도 보령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요새 엄마와 따로 시간을 가지지 못한 거 같아 가을에 모녀 여행을 떠나자고 얘기했었다. 10-11월을 염두에 두고 얘기했는데 엄마가 9월에 상사화 축제가 있다며 영광 불갑산에 가자고 했다. 가을 하면 억새와 단풍만 생각했는데 세월의 정보력인지 엄마는 다양하게도 볼거리를 꾀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 이르게 가을 여행을 가게 되었다. 마침 이모도 시간이 되셔서 두 자매를 모시고 함께 가을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다니. 생각지도 못한 폭우에 셋 다 여간 당황한 게 아니다. 여행 날짜를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계속 휴게소를 들르네 마네 하고 있는 와중에 서산, 당진 쪽에 들어섰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쳤다. 하늘을 반으로 잘라 낸 것 마냥 이 쪽 지역은 도로가 젖어 있지도 않았다. 핸들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어졌다. 비가 그친 덕에 목적지인 보령까지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새벽 1시 무렵 대천 해수욕장 앞 숙소에 도착했다. 급하게 구한 숙소였지만 복층에 위치도 괜찮았다. 원래 당일치기 여행이었던 것을 운전이 너무 힘들 것 같아 하루 중간 지역에서 자고 가는 것으로 계획한 것인데 1박을 하니 더 여행 느낌이 났다. 이모와 이렇게 바깥에서 자는 게 엄청 오랜만인 것 같아 어린 시절 여행이 생각났다. 부디 내일 엄마와 이모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폭우에 긴장했던 몸을 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