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이블루 Jul 08. 2023

[감상평] 상견니(想见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세상


고단하고 지친 어느 날,
잠시 타임슬립으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칼퇴를 하고 재빨리 집으로 왔다. 원래는 산책이라도 할까 했건만 지하철을 탈 때까지만 해도 많이 내리지 않던 비가 집 근처 역에 도착하니 하늘에 구멍이나 난 듯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날엔 맥주 한 캔에 과자나사서 집에 처박혀 있는 게 최고다. 함께 안주 삼을만한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면 더 최고고. 마침 최근에 유튜브에 뜬 잘생긴 배우가 나온다는 대만 드라마 ’ 상견니‘가 떠올랐다. 전혀 끌리지 않는 청춘 연애 드라마였지만 허광한의 얼굴을 보기 위해 1화나 봐보자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틀어두었다. l


그리고 방금 마지막화를 보고 브런치를 켰다. 이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감상평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소설을 읽고 난 듯 여운이 남는 드라마였다.



감상평 1. 미래를 알고 사랑한다면 ‘상견니’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미래를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리즈웨이(왕치엔성)와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했던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를 반복하는 리즈웨이(왕치엔성)는 현실보다 사랑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다. 물론 드라마에서 그가 겪는 일이 현실성이 없긴 하지만, 처음 사랑에 빠졌던 한 여자를 다른 시간으로 가서 만났을 때 그녀가 다니는 대학에 가기 위해 미대 입시 공부를 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직진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저렇게까지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이라니. 어떤 여자라도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가 될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용기가 나왔던 것인지, 아니면 리즈웨이의 성격 자체가 저돌적이고 장난스럽고 솔직하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만약 나도 그런 사람을 만나 결국 우리가 사랑에 빠질 것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사랑했겠지? 오랜만에 현실감 없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감상평 2. 직감으로 돌진하는 사랑 vs 읽고 또 읽듯 깊게 이해하는 사랑

매력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장난기 많은 리즈웨이 곁에는 그와는 매우 상반되는 조용하고 반듯하고 소심해 보이는 모진제라는 친구가 있다. 어딜 가나 튀고 빛나는 존재 곁에서 반듯하고 단정하게 있는 그는 한결같이 천원루라는 인물을 사랑하고 기다려주고 이해해 주는 캐릭터이다. 천원루뿐만이 아니라 천원루로 타임슬립한 황위쉬안까지도 그녀의 다른 모습이라 생각하며 이해하려 한다. 드라마에서 잘생기고 매력 넘치는 리즈웨이도 비현실적이지만 모진제야 말로 굉장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라 생각했다.


천원루라는 한 사람이 책이라면 한 권의 책을 읽어보고 또 읽어보듯 살피고 들여다보는 모진제라는 캐릭터는 정말 내가 가지고 싶은 성격과 사랑을 가졌다. 직감으로 운명적 사랑을 알아보고 돌진하는 리즈웨이의 사랑이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모진제는 정말 깊고 성숙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 곁에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정말 어떤 걸 사랑하는지, 무엇 때문에 행복한지까지 읽어내려 노력하는 모진제의 사랑은 현실세계에 과연 존재할까 싶은 사랑이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천원루에게 ‘도대체 왜 모진제랑 안 만나는 거야! 나 같으면 바로 만난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감상평 3.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은 참 슬프다. 그냥 행복한 시절에만 머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견니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것은 변해버린 현실을 알게 되어서였던 것 같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돌아갈 수 없다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참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과거의 나는 알지 못했던 일들과 관계들이 미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로 타임슬립하여 리즈웨이, 모진제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을 보았을 때 처음엔 함께 행복했지만 드라마 회차를 거듭하며 마음이 저릿했다. 이미 그들의 미래를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과거의 행복한 시절 어느 때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순하고 행복한 것만을 그리던 어리고 순진했던 그때는 그때의 나만이 누릴 수 있던 특권이다. 그것을 나이를 먹어봐야 알게 된다는 것도 씁쓸했다. 보는 내내 영원할 수 없는 행복한 시절에 대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감상평 4. 운명 같은 사랑이란 축복일까 재앙일까?

상견니를 보면서 한 번쯤 상상해 보았던 소울메이트 같은 인연, 가슴 사무치게 사랑하는 한 존재를 만나는 것. 너무나 사랑해서 행복할 것 같은 그 존재를 만나는 것이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리즈웨이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 그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했는데 한 순간에 그 세상이 아무 색이 없는 공간으로 느껴진다면. 두려움이 가득할 것 같다. 그런 무모할 만큼 순수하고 한결같은 사랑이 받는 이에게나 주는 이에게나 대상이 사라지는 순간 재앙이 됨을. 우리의 내면에 가장 깊이 숨겨진 이별과 헤어짐이라는 두려움을 드라마를 통해 느끼며 유한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감상평 5. 황위쉬안이 되고자 했던 천원루

상견니라는 드라마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드라마 말미에서는 리즈웨이와 황위쉬안의 사랑이 아닌 천원루라는 한 여학생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황위쉬안이었던 나를 사랑하는 짝사랑남과 가족, 친구들을 보며 가짜 모습을 연기하는 그녀가 그려진다. 그때의 대사가 정말 공감이 되고 마음 아팠다.

‘만약 내가 황위쉬안이라면 지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만약 내가 황위쉬안이라면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앞쪽일까? 리즈웨이의 얼굴일까?‘

‘만약 내가 황위쉬안이라면 이따 멈추고 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진짜 나의 모습이 모두에게 부정당하는 세상은 얼마나 지옥 같을까.


똑같은 겉모습을 가졌지만 성격과 행동이 달라지자 고유의 향도 변해버린다. 그렇게 리즈웨이는 한눈에 달라진 천원루를 알아챈다. 자신이 사랑하는 리즈웨이에게 사랑받기 위해 다른 이처럼 행동하는 천원루를 보면서 나는 참 공감이 갔다. 그리고 그런 천원루를 보며 차갑게 식어가는 리즈웨이를 보며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제발 그냥 행복하게만 해주세요. 드라마에서까지 이런 먹먹함을 느껴야 합니까......)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리운 순간에게

만약 타임슬립을 해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나는 이십대 초반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불안했지만 미래를 기대하며 살 수 있었고 새로운 것들이 모두 즐거웠던 그때로 한번 다시 돌아가보고 싶다. 대학교와 회사를 병행하며 힘들었지만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작업했던 순간. 사랑에 겁이 없었고 상처도 없었던 때. 상견니처럼 우연히 듣게 된 카세트테이프의 노래로 그리웠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원 없이 그 순간을 즐기고 감상하고싶다. 그리고 그때의 나와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시간을 즐기고 또 즐겨보고 싶다. 그리워하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많은 생각과 감정을 오랜만에 불러일으켜준 드라마 상견니 감상평이었다.


https://youtu.be/0i7HaB_8r0U

상견니 ost


매거진의 이전글 [독후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