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때, 자꾸 그럴듯해 보이는 단어를 덕지덕지 붙였습니다.
'제 2의 자아'라느니 '사이드 프로젝트'라느니... 시작만 그럴듯하게, 결국 완성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글을 계속 쓰고싶어졌습니다.
어떨 때는 토막난 생각이라 부끄러워 감추고,
또 어떤 때에는 문장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 않아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글은 계속 쓰고싶습니다.
왜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제 2의 자아'를 찾아가기엔 그렇게 사유가 깊은 글이 없고,
'사이드 프로젝트'라기엔 커리어나 금전적으로 전혀 발전이 없거든요.
그래도 글을 쓰고 싶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엮이고 싶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오늘 문득 떠올랐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9살 이후부터는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감정에 익숙해졌습니다. 15살부터는 진학에 뒤쳐질까 적성에 맞지않는 공부를 했습니다. 19살 때에는 글쓰기 수상경력을 가지고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려고 한 달 월세에 맞먹는 개인 과외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글과 저는 점점멀어졌습니다.
단언코 가장 행복했던 대학시절동안 저는 보상이 없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수상하기 위해,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좋은 회사에 가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목적없는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지치고 바쁠 때 였습니다.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야근을 했습니다. 그래도 졸린 눈을 비비며 글을 썼습니다.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나의 하루 중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낼 때, 회사를 빼고나면 나는 없는사람이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 말을 제 언어로 바꾸자면 '엮였다'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엮여있기엔 사회도 나도 환경도 너무 불안정합니다.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는)언제든 나는 자/타의에 의해서 학교/출신/회사의 라벨이 떼어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라벨을 달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투명한 페트병이 되버린 나는 얼마나 '아쉬운 소리'를 주변에 하게될까요.
그래서 나는 'OO회사 OO부서 O대리'에 엮이지않고 나를 설명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갑자기 일을 멈추게 되었을 때, '백수'말고도 나를 설명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앞으로도 종종 '글을 쓴다'는 행위 그리고 '우리를 알아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지금 하시는 일에 고민이 있거나, 저처럼 '엮여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가지고 계시는 고민을 shanediewelt@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브런치를 통해 함께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