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구 엄마로 살고 싶다고 오열하던 동백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용식이의 아내이자 동백이로 기적 같은 엔딩을 만들어냈다. 뭔가 현실감 없는 엔딩인 듯 하지만 오랜만에 본방 사수하던 드라마가 끝나서 섭섭한 마음이 든다.
언제부턴가 청춘이 꽁냥꽁냥 사랑하는 드라마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랑노래도 흥얼거리지 않게 되었다. 세상 고통 다 짊어지고 겪은 것도 아니면서 꼰대처럼 그깟 사랑이라는 소리가 마음에 퍼졌다.
니들이 사랑을 알아... 뭐 이런 느낌..
애끓고 절절하고 작은 일 하나에 심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사랑이란 부모 자식 간에나 가능한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젠 진짜 나도 엄마로 살고 있나 생각도 든다.
동백이 엄마가 중간에 한 대사가 인상 깊어 마음에 콕 박혔다.
"엄마는 이번 생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 피곤했어.
사는 게 꼭 벌 받는 거 같았는데
너랑 3개월을 더 살아보니깐.
아 7년 3개월을 위해서 내가 여태 살았구나 싶더라"
나도 40년을 살았지만 포장도로만 달린 것 같진 않다. 그 비포장도로에는 아버지가 큰 역할을 하셨다. 그럼에도 나의 삶이 벌 받는 거 같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엄마다.
나의 엄마. 희생과 섬김의 교과서 같은 분. 나에게 -100인 아버지를 혼자서 다 채워 100점 만점도 모자라게 만든 그분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를 위해 헌신하셨지만 어느새 나는 내 새끼가 삶의 이유가 되어 버린지 8년이다.
지호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친정엄마의 30년을 받아먹었나 싶을 정도로 그럴만한 환경이 아님에도 사랑받았다. 지금도 여전히 치매 아버지를 간호하며 노노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도 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68세의 엄마는 나에게 에너지가 된다. 때로는 평생을 엄마로만 산 것 같은 친정엄마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나도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밝게 사는 법을 보여줬고 그것은 늘 나를 음침함에서 건져낸다.
여자의 삶과 엄마의 삶이 다를까... 어차피 하나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복잡한 세상.. 그냥 기적 같은 행복을 바라며 열심히 밝게 살려고 노력하면 되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