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코로나 시대라는 해괴망측한 시절을 보내며 시공간이 모두 한정된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갇힌 시간은 머리가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한계가 느껴질 즈음 불현듯 살아내야겠다던 다짐이 떠올랐다.
그렇지.. 난 살아내야지 그것도 즐겁게.. 최대한 생명력 있고 활기차게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이지.
그렇지만 이 제약된 환경 속에서 난 어찌해야 즐겁게 살아낼 수 있을까..
결국은 글이었다.
비루한 글솜씨지만 쓰고 싶었고 이번엔 무언가 결과물을 얻어내고 싶었다.
이 시기를 나는 잘 버텨냈노라하고 증명할 수 있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
그리하여
책을 냈다. 내 돈으로. 내가 만들어서.
브런치공모전에서 광탈하고 수상작을 보니 내가 너무 브런치를 우습게 봤다는 걸 알았다. 브런치 수상작은 프로필에서 직업키워드를 넣을 수 있는 자들만의 무대였다. 절대 나같이 어디에도 키워드가 없는 사람의 평범한 글을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브런치북으로 묶었던 지호와의 십 년인 슬로우모션을 다시 손을 봤다. 짧게 단편적으로 쓰던 글과 다르게 하나의 긴 호흡으로 끌고 가야 하는 책 작업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따로이지만 연결된 스토리로 만들며 결론을 내야 하는 스토리 작업은 역시나 난 아마추어임을 여실히 깨닫게 했다.
4주간 책 만들기라는 클럽 프로그램을 신청해놓았기 때문에 첫 수업 전까지 스토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다시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도저히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것 같은 나의 글솜씨.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
비난할 것 같은 소토스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과 장애인을 앞세운 주제.
수업료를 환불을 받을까.. 그저 브런치에 지지를 해주는 이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그만둘까 잠을 설칠 정도로 망설였다. 수업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환불금액 또한 줄어들고 있었다.
돈 때문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정말?)
수업일이 다가오자 결국 마지막 챕터를 써야겠다 마음먹었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붙들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었는지 왜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마지막 슬로우모션 N차 챕터를 써 내려가며 나는 평화로워지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책에 써 놓은 것처럼 살아내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함도 분명한 목적이었지만 그보다 분명했던 건 나는 글을 쓰므로 즐겁고 가치 있음을 나타내고 평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글의 수준이나 주제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계약금을 받고 책임감을 부여받은 프로젝트도 아니었기에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수 없다 확신하게 되었다.
4주간 책 만들기 수업은 속도가 빨랐다.
모인 8명 중 내용을 완성한 이는 별로 없었다. 나는 너무 충격이었다.
나는 가기 전날까지 내용을 마무리하고, 전체를 2번이나 소리 내어 읽으면서 문장을 수정하고, 맞춤법 사전을 3번 돌리고도 오타나 나와 좌절한 채로 첫 수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내가 오버했구나..
요새의 젊은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며 드러내고,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는 데에 지나친 걱정과 근심을 앞세우지 않아 보였다. 그저 할 수 있는 곳까지 하면 되었고 형식에 관해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
쫄아있던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지며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래 내 돈 내고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마지막 주차에는 인쇄본이 나와야 했지만 추석 연휴가 이어지며 그 뒤로 시간이 지나 첫 책의 인쇄본이 나왔다.
책 표지와 종이를 고르는데 샘플본은 3권이나 했는데도 마음에 완전 쏙 들지 않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멈추었다. 마음에 쏙 들고자 하는 마음.
나는 초보고 처음이기에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서야 인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과감하게 300부를 인쇄했고 배본사나 총판을 낄 정도는 아니라 차를 몰고 가서 책을 실어왔다.
책을 본 신랑은 나보다 몹시 좋아했고 책을 읽다가 얼마 못가 펑펑 울어버렸다.
그때 그 감정이 훅 밀려와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되었다.
내 책은 성공이다.
나의 버킷리스트를 하나 지웠고
우리 가족의 꿈에 또 한 발짝 다가갔고
지호에게 한 권을 남겼으니
이걸로 이 책은 이미 성공이다.
SNS 계정과 네이버 스토어에 책을 오픈하고 지인들이 고맙게도 책을 사주었다.
어제는 처음으로 모르는 이가 책을 주문했다.
아주 상관없어 보이는 이가..
앞으로 이 책이 내 방에 계속 있을지 누군가의 서재에 꽂히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잘했다.
이 잘한 짓을 앞으로도 쭉 해 볼 생각이다.
물론 내 돈 내고서..
이제 또 한 번 뻔한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볼까 한다.
나는 써서 인쇄했고 그대는 쓰고 인쇄하지 않았을 뿐이다.
쓰고 읽기 말고 인쇄하시라.
그리하면 주변에서 대단하는 소리를 최소 30번은 넘게 들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