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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내미 Feb 17. 2024

관성의 법칙

부모님께 다정하기로 마음먹었건만

다짐은 참 날 새롭게 한다. 또 빠르게 사라진다. 다짐이 행동으로 남기 위해서는 용기와 시작이 동시에 필요하다. 마음만 먹고 엉덩이를 떼지 않거나, 시작했지만 게으름에 발목이 잡히면 그저 독백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


최근에 떠나보낸 다짐이 있다. 바로 '부모님께 다정하게 대하기'. 잠깐 마주하는 종업원에게도 상냥하면서 정작 부모님께는 습관적으로 틱틱거리고 툴툴댄다. 특히 통화할 때 더욱 그렇다. 특별히 바쁘고 힘든 상황도 아니면서 괜히 기분따라 대하게 된다. 늘 다감하고 따뜻한 태도로 날 맞이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면 그제야 깨닫는다. '내가 또!'


부모님이 늘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사랑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나의 결심을 방해한다. 자식의 특권인 것처럼 내키는 대로 다정했다가 또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 우리 엄마는 퉁명스러운 자식의 태도에 서운함과 화를 내비칠 수 있지만 "바쁘지. 미안해."라며 오히려 철없는 딸들을 두둔한다. 아빠는 전화하기 전에 꼭 문자로 나의 상황을 살핀다.


앞으로 걸려 오는 부모님의 연락에 다정함 한 수저를 더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과 나를 위한 다짐에 힘을 실어 무뚝뚝하고 이기적인 나의 모습에 태클을 걸기로 했다. 자 이제 부모님 연락이 오기만 하면 된다! (먼저 하면 될 것을. 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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