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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ug 23. 2016

이야기에 나의 세상을 여는 키가 있다

환경에 지배받는 사람 vs 환경을 뛰어넘는 사람

나는 예전부터 참 궁금했던 게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아서 그냥 살아가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환경과 상관없이 그를 뛰어넘는 걸까? 그런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도 뭔가 아리송 하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2014년 인도 영성 학교에 갔을 때 일이다. 인도 선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인도에 한  쌍둥이 형제가 있었어. 둘은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렵게 자라났지. 같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같은 환경 속에서 자라난 형제들. 나중에 커서도  같았을까? 그런데 결과는 영 딴판이었어. 한 명은 자신을 만들어준 이런 환경을 저주하고 불평하며 가난하게 살았는데 반해, 다른 한 명은 전문지식을 쌓아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잘 살아가게 된거야.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 
형제는 같은 환경 속에서 같은 경험을 했지만, 그를 받아들이고 해석한게 서로 달랐던 거야.
그게 다른 삶으로 이끈거지.


몇달 전 <꼴통쇼>라는 토크쇼에서 들은 이야기다. 드림챌린지그룹의 대표인 안영일씨가 나와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이야기 중엔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이야기중 일부다. 

꼴통쇼에 나온 안영일 대표

안영일 대표는 달동네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깡패들 틈에서 자랐다고 했다. 힘이 약해 매일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얻어맞는 처지였는데,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깡패들이 나를 괴롭혀준 덕분에, 깡패가 안 될 수 있었어요." 

그러다 집안 사정이 훨씬 더 어려워져 달동네 맨 윗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는 다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더 꼭대기로 가는 덕분에 깡패들이 괴롭히지 않게 됐어요. 그렇게 높은 데까진 깡패들이 안 올라오거든요. ㅎㅎ 안 맞으니까 에너지가 남아돌았고, 그래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중학교때만해도 괴롭힘 당하는 찌질이에, 반에서 20등 수준이었는데 고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는 상위권에 들어서고 반장까지 하게 된다. 그 뒤의 눈부신 이야기들은 <안영일, 드림챌린지그룹>를 검색하면 잘 나온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자신의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그를 적극 해석한 부분에 귀가 쏠렸다. 

 깡패가 괴롭혀서 인생 망친게 아니라, 깡패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집안이 어려워 달동네 중에서도 달동네로 간 덕에 좋은 공기 마시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그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해 의미를 덧붙였고, 그를 뛰어넘었다. 


누구는 환경의 지배를 받고, 왜 누구는 그를 뛰어넘을까? 그리고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위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떠올리다 질문의 힌트를 발견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고 부여할 줄 아는 능력, 그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진정한 스토리텔링이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끌린다. 인류는 수만년전부터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전했고,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만들어 전파하고, 철학을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책에서, 스마트폰에서, 영화에서, 기업의 마케팅 등  어디에나 있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와 매일 만난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같은 커피라도, 이 커피를 키워낸 농부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면 더 깊은 맛이 느껴지고

같은 카펫이라도, 그 카펫에 새겨진 베르베르 여인들의 인생이야기가 실려 있으면 기하학적 문양이 더욱 멋들어지게 보일 수 있다. 이야기는 그런 힘이 있다. 오죽하면 인간은 이야기 중독자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참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러면 스토리텔링이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다. 카피라이터 정철은 스토리텔링을 이렇게 정리했다. 

"스토리텔링은 '전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못생기고 가시가 많아 인기가 없던 전어가 어느날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왜? 전어가 갑자기 맛있어졌을까? 아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이 카피 한줄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거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못생기고 인기없던 전어에 며느리 이야기를 입혀 달리 보이게 만든 것, 그게 바로 스토리 텔링이라는 거다. 

누구나 아는 것에 다른 의미를 만들어 입히자, 마치 다른 옷을 입은 것처럼 다르게 보인다. 

이게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게 만들 수 있는 힘, 말이다. 



나의 세상을 여는 법

내가 오랫동안 고민한 것 질문 중 또 하나는, 나답게 산다는 게 과연 뭘까 였다. 


입만 열면 '나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런데 과연 나다운 건 뭘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사실 그걸 찾기 위해 수년 간 여행하고, 또 그 경험을 하나씩 이야기로 만들어가면서 나는 귀한 걸 얻었다. 


나답다는 건 결국 내 고유성을 끄집어 내는 일이다. 내 고유성은 결국 나를 표현하면서 나오는 것들이다.

나를 표현하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나는 여러가지 방법 중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한 경험들을, 나의 시선으로, 나의 말로, 한 자 한 자 써내려 갔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엄청난 치유를 받았다. 그동안 쓸모없는 일들을 해왔다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동안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쓸 때마다,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 안의 세계를 발견해갔다. 이건 마치, 내 세상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오.....마이 갓!


실로 어마어마한 기쁨이었는데, 어떤 기분이었냐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백 사람이 24시간 나를 찬사한다 해도 미치지 못할 자부심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다시 보게 됐고, 내 인생을 다시 보게 됐다. 그건 여행이 준 해방감과는 또다른 차원의 자유였다. 나는 나를 다시 볼 자유를 얻었다. 더불어 나도 다시 태어났다. 


이런 경험 덕분에 나는 요즘 '이야기를 써보라'고 자주 권한다. 나의 길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 나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겐 특히 그렇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건, 나의 주체성을 찾는 아주 중요한 키다.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거기서 내 고유한 힘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게 나를 다시 만들어간다.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뭐랄까.  나라는 인간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는 것과 같다. 

이 세상에 없었던 단 하나의 존재.

나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나만의 바이블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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