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오면, 모든 것이 어둠으로 덮여버린다.
내면에 밤이 찾아 온 것이다.
누군가는 빛을 잃어버린 시간이라 하지만 빛을 잃어버린 게 아니다.
어둠이 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선 모든 게 불확실하다.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둠은 상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두려움과 공포마저 함께 끌어올린다.
그 두려움과 공포에 질리면 어둠이 주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애초 모든 생명은 어둠 속에서 꿈틀거렸다.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무엇도 확실하지 않는 그 미지의 세상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다.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골짜기가 깊을수록 산은 높아지듯,
어둠이 진할수록 빛은 더욱 밝아진다.
고독해진 영혼을 끌어안고,
이 깊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다.
더욱 밝아질 날을 위해 더욱 어두워지고 있는 내가.
다시, 한줄기 빛을, 드러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