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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Nov 14. 2016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

일의 랩소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망해가는 ‘선망국’이다. 높아져만 가는 실업률, 1위에서 내려올줄 모르는 자살률, 망국에는 '보증'이 없다. 학교, 직업, 직장, 뭘 어떻게 골라도 삶에 제대로 굴러갈 거라는 보증말이다. 사람들은 이제 좋은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고, 청년들은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한다. 열심히 노력해도 잘 살 수 있을지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 기존의 해법이 더 이상 답이 되지 못하는 시대. 답이 없는 우리에겐 확실히 지금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고민했다.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일을 하고살아가는 이들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미래는 언제나 생각보다 일찍 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직 은 보이지 않는 그 미래를 직접 찾아나섰다. 새로운 가능성을, 새로운 답을 스스로 찾고 싶었다. 
프로젝트명 <다른길도있다>, 암호명 '사람여행'.
새로운 방식으로 길을 모색하고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을 찾아 만나고 이야기한다. 특히 '일'에 대한 다양한 롤모델을 발굴하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데엔 다양한 답이 존재하고,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진짜 일'이 뭔가요?

여기 두 사례를 소개한다. 그들이 하는 게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1. 

 아만다 파머 (Amanda Palmer) 명문대를졸업하고,  5년간 길거리 예술로 생계를 유지했다. ‘2.4m짜리 신부’라고 부르는 살아있는 동상이 그의 직업이었다. 발 앞에는 깡통을 두고 사람들이 돈을 주면, 그와 오랫동안 눈맞춤을 했다. “고마워요, 당신이 보여요.” 그런 식으로 삭막한 도시 사람들과 교감하고, 하루에 60~90달러를 규칙적으로 벌었다. 엄연한 자영업자지만, 가끔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봐, 제대로 된 일자리나 찾아봐!” 

아만다는 ‘이게 내 일인데.’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일같지도 않는 일을 하는건가’ 자괴감에 빠진다. 

2.4m의 신부_길거리 공연중인 아만다 파머 _Fliickr 출처

2. 

 댄 헐리는 변호사 협회에서 일하던 기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출근길에 버스 안에서 할로윈 축제때 입을 옷에대해 동료와 이야기하다 타자기를 들고 다니며 짧을 글을 써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는 접이식 의자와 13킬로그램이나 나가는타자기를 들 거리로 나갔다. 팻말에 이렇게 써붙였다. ‘60초 소설, 즉석에서 써 드립니다.’ 

그는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즉석에서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써주었다. 그는 동료 소설가들의 빈정거림은 개의치 않았다. 그건 방식의 생소함에서 오는 문제일 뿐이었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조롱당하는 않을까 두려웠다. 실제로 그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도 이런 것이었다.

"왜 이런 일을 하는거죠? 당신은 언젠가 '진짜 글'을 쓰고 싶지 않나요?" 

이것이 그에게 진짜 글쓰기이며 할 수 있는 최선의 문학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는 60초 소설가_댄 헐리

나는 위 두 이야기를 보면서, 물음표가 뭉개뭉개 피어올랐다. 두 사람은 엄연히 일을 하고 있었고, 돈도 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저들이 '일'을 하지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왜 제대로 된 '진짜 일'을 찾으라고 충고했을까? 대체 그들은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 과연 '일'은 뭘까? 



내 발목을 잡는 놈의 정체, 일

내가 세계여행을 마치고 왔을 때,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나는 카페 매니저로도 일했고, 홍보회사에서 정규직으로도 일했고, 편의점에서도 일했다. 그러다 내게 4개월의 시간을 주고, 책을 쓰기도 했다. 책을 쓰는 동안 사람들은 내가 일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집에서 작업하고 도중에 잠깐 나오면 이렇게 물었으니까.

"오늘은 출근 안하나봐?"

당시 돈벌이를 하고 있진 않지만, 나는 내 경험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건 정신적 중노동에 속했다. 매일 머리를 쥐어뜯을만큼 괴로워하면서 썼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사무실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일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들에게 나는 '백수'였다. 난,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걸까? 대체 일이라는 건 뭐길래? 


잠깐 시간을 돌려 생각해보자.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경제, 교육 등은 대부분 산업혁명 때 파생된 것들이다. 절대적으로 여겨오는 지금의 패러다임, 그러니까 도시화, 공업화, 분업화된 이런 시스템이 자리잡은 건  고작 100여년 정도라는 말이다. 일하기 위해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 일반화 된 것도 겨우 4, 50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효율성, 표준화, 전문화를 우선시하는 시스템에 맞추기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라이프 스타일 또한 그에 발맞춰 변해왔다. 


 이토 히로시가 쓴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에는 다른 방식으로 일했다. 백가지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백성이 나왔듯이, 옛날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한 가지 일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사람들은 한 가지 일만 하지 않고 계절마다, 상황마다 다양한 일을 하며 지냈다. 농사는 물론이고 축벽을 쌓는 사람, 염색업자, 목수, 도공, 대장장이 등 각자 본업으로 삼는 일이 있는 한편, 봄에만 양봉을 하고, 겨울에는 볏짚으로 물건을 만들고, 숲을 만들러 양조장에 나가기도 하는 등 한 사람이 몇 개의 일을 갖는 것이 당연했다.여러 일을 조합하며 삶이 꾸려가던 것이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달라지게 된다. 산업이 커지고 도시로, 회사로 노동의 대부분이 유입되면서 이제 사람들은 거대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의 부품이 되어서 직무에 따라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일을 하게 되었다. 불과 몇 십년 사이에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거다. 


이렇게 산업화시대가 열리면서 일은 굉장히 협소해졌다. 이제 우리는  '일한다'고 하면, 취업을 먼저 떠올린다.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일이라고 부르지 않게 됐.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가사노동은 노동이지만 '일'이 아니다. 좋아서 그림 그리는 건, 취미지 '일'이 아니다. 어딘가 취직해 가사노동을 하고 돈을 받아야 일이 되며, 그림을 누군가에게 팔아야만 일이 된다. 


하지만 시대가  다시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로 가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많은 부분을기계가 인간을 대체해 가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노동방식은 과로사, 비정규직, 건강 이상, 삶과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며 한계에 다다랐다.  대기업 도산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제는 어떤 조직도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뿐이 아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2~3번의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실제로 우리가 지난 100여년간 만들어왔던 일이라는 개념이 붕괴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20년간 미래학을 연구했다는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취업은 20세기 구시대의 모델입니다.
21세기 이후에는 새로운 생산 양식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많은 게 달라질 것이다. 두말하면 입아픈 소리다.  아마 이에 관해서만 써도 논문 수십편은 나올 것이지만, 더 길어져봐야 재미없으니 이쯤 이야기 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새로운 방식, 새로운 일, 새로운 세상

처음에 언급했던 두 사람 이야기의 나머지를 부분이다. 


1-1. 

아만다 파머는 일같지도 않은 거리예술을 5년동안 하며, 그를 통해 사람들과 어떻게 교감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를 배웠다. 그녀는 음악밴드를 하면서 조금씩 유명해졌고, 큰 레코드사와 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무료로 공유하기로 마음먹고, 레코드와는 계약을 해지한 뒤 시민기금을 모집한다. 목표 금액은 10만 달러. 하지만 120만달러를 모아냈다. 사람들과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대체 어떻게 돈을 내고 음악을 구매하게 만든거죠?" 

“구매하게만든게아니라, 부탁한겁니다. 부탁을 통해  공감대를만들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돕고 싶어해요.” 

그녀는 길거리에서 동상을 하던 때와 음악가로 사람들 만나는 방식이 같다고 말한다.그녀는 부탁을 예술로 승화시켰고, 그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해갔다. 


2-1.

 한편 댄 헐리는 수년 동안 미국 전역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1분에 한 편씩 22,613명의 삶을 짧은 소설로 썼다. 그리고 그걸 <60초 소설>이라는 책으로 내었다. 

"무슨 글을 쓰든지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때로는 울고, 수없이 고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이야기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미국 전역에서 카드와 편지가 날아왔다. 매일 밤 적어도 한 여자의 키스를 받을 수 있었고,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 일을 계속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와 문제를 털어 놓았다." -<60초 소설> 중


글같지도 않은 그 글이 댄 헐리의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이를 통해 결혼도 하고 돈도 벌고, 지구상에서단 하나뿐인 ‘60초 소설가’로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다시 묻는다. 

과연 일이란 뭘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문제를 만들어낸 의식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서는 결코 그 문제를 해결할 수없다." 나는 위의 사례에서 일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주식회사를 만들고, 스타트업을 세우고,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무엇인가 스스로 만들어나가면 그게 바로 일이 된다고.


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죽을만큼 노력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시대는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기존에 열렸던 많은 길들이 닫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한다면 해답이 없다. 이전과는 다른 규칙과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취업이나 창업만이 아니라 상상도 못해본 길이 나올 수 있다. 우리에겐 또 다른 길을 가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고, 하나의 길이 아니라 수 많은 길이 필요하다. 


미래는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않았을 뿐.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이 한 말이다. 완전 동감이다. 그래서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찾기 시작했다. 그 미래를 이미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말이다. 


세상 구경 중 제일이 사람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새롭게 일하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는 인물들을 찾아내 만날 것이다. 사람여행인 셈이다. 여행이 그렇듯, 누구를 만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고,  이 끝이 어디로 연결되어갈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새로운 롤모델이 될 수 있을지,  그를 통해 다른 세상이 가능할지 알아보고 싶다. 그들을 인터뷰해서 일주일에 1~2회정도 이곳에 연재할 계획이다. 인터뷰는 내가 발견할 미래에 대한 작은 보고서이다. 


나는 믿는다. 다양한 답들이 나올수록, 다양한 답이 존재할수록 그 사회는 더 살만해진다고. 이렇게 살아야만 해! 가 아니라, 그래 이렇게도 살수 있고 저렇게도 살수 있고요렇게도 살수 있어. 자. 넌 어떻게 살고 싶어? 라고 물어줄 수 있는 사회, 그러고도 나름대로잘 살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꾼다.  전인권의 노래로 마지막 말을 대체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함께 노래 합시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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