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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24. 2018

내가 직업을 발견한다

일의 재발견 4편

직업은 발견하기 나름


 리지 엘리자베스라는 미국 여자가 있다.  몇 년 전 TED에 나온 인물이다.  바싹 마른 20대 아가씨로 지방이 쌓이지 않는 병에 걸려 평생 32키로 이상을 나가 본 적이 없다. 참 재밌고 영리하고 활달했는데도,  마치 걸어 다니는 미라와 같은 외모 때문에 어릴 때부터 따돌림을 많이 당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등학교 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8초짜리 영상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자신의 사진이 있었다. 그 사건은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때 그녀는 이렇게 결심한다. 

"사람들이 뭐라고 나를 규정하든, 상관하지 않겠어. 나는 내 외모가 아니라, 이 병이 아니라, 내가 이뤄낸 것들, 성공, 이 나를 규정하게 할 거야."


그래서 그녀는 다음 목표들을 세웠다. 동기부여 강연가가 되기, 책 쓰기, 대학 졸업하기, 자신의 경력을 쌓고 가정을 꾸리기. 그로부터 8년 후 그녀는 강연가가 되었고, 책을 썼고, 대학을 졸업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꾸었고, 자신을 새로이 규정했다. 그녀는 다음의 말로 강연을 끝냈다. 


"How do you define yourself? 당신은 자신을 무엇으로 규정하나요?"

 

테드에서 강연중인 리지


백수는 00다


20대 후반에 허리를 다치면서 겸사겸사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 백수로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땐 만나는 사람마다 “너, 요새 뭐하니”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겉으론 당당한 척 했지만, 할 일 없이 논다는 생각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들고 그랬다.

하지만 백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당분간은 백수로 지낼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일하는 대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으니까! 


그래서 하루는, 내가 뭐하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글 쓰고, 책 읽고, 공부하고, 요가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일도 아니었고, 돈을 만들어내는 일도 아니었지만

나는 진지했고, 나름 치열했다. 내겐 비전이 있었다. 내 미래를 내가 만들어가고픈 꿈이 있었다. 그 미래를 뽑아내기 위해서 고치 속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에 들어앉아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백수 대신 다음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미래를 찾아가는 탐험가-Future Explore' 


나의 목표는  신이 감춰둔 즐거움을 캐내고, 모든 가능성을 시험하고, 탐험하는 것.

나의 업무는 여행하고, 읽고, 쓰고,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 내 직관에 근거해 최대한 모든 것을 밝혀내는 것.  

사람들은 백수를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사람 내지 직업이 없는 사람'  규정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백수는 “나의 시간을 모조리 나에게 투자하며, 미래를 기약하는 위대한 창조자”다. 이렇게 멋진 말이 내 입에서 나온 거라면 정말 멋지겠지만,  그건 아니고 리더십 분야의 대가로 존경받는 '워렌 베니스'가 한 말이다.

 

사전에 찾으면, 직업은 ‘살아갈 방도를 위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당시 나는 이렇게 결심했었다. 

'책 읽고, 글 쓰고, 사람들 만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직업적’으로 강도를 높여나가자. 언젠가 내 미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이렇게도,  살 수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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