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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Sep 27. 2019

어떤 태도로 일하나요? 고수들의 일 철학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

일에 대한 태도

 “자기 직업을 어떻게 정의 내리기에 따라 모든 관점이 완전히 바뀌는 거 아세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자기를 헤어 디자이너, 미장원 주인, 머리 하는 사람, 같은 일을 해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일해요. 태도가 달라집니다.”


국내 1호 관점디자이너 박용후씨의 말이다. 그는 카카오톡을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아무도 카카오톡을 모를 때부터 가입자 2천만명이 될때까지 홍보이사를 맡았다. 그는 오랫동안 마케터로 일했지만 자신을 마케터가 아닌 '관점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마케팅이라는 건 고객의 관점을 바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물건을 파는 대신, 고객의 관점을 바꾸는데 집중한다. 


이처럼 어떤 일을 가치있게 만드는 건, 일 자체보다 그 일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이다. 태도에 따라 일의 가치가 결정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가치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는 건 하수이며. 진짜 고수는 그걸 하기 전에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을 최고로 만들어버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밀


경영 컨설턴트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 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밀로 '골든서클'이란 개념을 소개한다. 골든서클은 What - How - Why로 연결되는 일련의 논리흐름이다. 'What'은 만드는 제품, 물건, 결과물을 뜻하고, 'How'는 그를 만들어내게 된 과정, 'Why'는 what을 만들어내게 된 근본적인 이유, 목적, 신념을 뜻한다.   


골든서클의 요지는  '무엇을 하느냐'는 생각만큼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왜'이다.  

'왜'는  태도, 신념, 마음가짐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귀신같이 느낀다. 열정, 재미, 사랑, 행복...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런 요소가 바로 '왜'에서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미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왜 하느냐'가 확실하면, 그 자신이 먼저 그 일에 빨려들어가게 된다. 


                             사이먼 시넥의 강연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법>



누구와도 다르다! 끝내주는 로컬밴드 투쿠리두
  

골든서클의 개념을 직접 느끼게끔 해준 친구들이 있었다. 이  끝내주는 친구들을 보게 된건, 정말이지 우연이었다. 2017년, 저술 차 태국 치앙마이에 한달 간 머물 때였다. 친구와 저녁약속이 어긋난 바람에 하릴없이 거리를 걷다, 타패게이트쪽으로 가게 되었다. 타패게이트Thapae gate는 치앙마이 4대 성문 중 동문에 해당하는 곳으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다. 언제나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리기 때문에 뭔가가 일어나기에 딱 좋다.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언제나 바글거리는 타패게이트 광장

타패게이트의 광장에서는 마침, 한 음악밴드가 연주중이었다. 악기 구성이 여타 밴드와는 조금 달랐다. 아프리카 타악기인 '젬베'와 독특한 음색으로 튜닝된 '기타', '드럼', 그리고 사람키만큼 긴 막대모양의 독특한 악기가 있었다. 디지리두Digeridoo 였다! 


디지리두는 호주원주민의 전통악기로, 유칼립투스 나무의 속을 파낸 뒤 그를 통째 악기로 사용한다. 음이 매우 낮아서 마치 뱃소동 소리나 지하세계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린다. 악기 자체도 2미터 정도로 긴데다, 그 긴 관의 공기를 진동시켜야 해서 소리 내기도 힘들고 괜찮은 연주를 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정말 잘했다. 디지리두의 고향인 호주에서도 여러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걸 봤는데, 그와 비교해도 이 친구들은 연주는 나았으면 나았지 뒤지지 않았다. 정말 실력이 있었다. 
 

디지리두 밴드의 연주 모습. 위의 긴 악기가 디지리두다.


 그런데 악기만 독특한 게 아니라, 이들 밴드 구성원들은 더 특이했다! 
 
  4명의 디지리두 연주자와 1명의 기타리스트, 1명의 젬베플레이어로 구성돼 있는데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머리는 레게스타일로 땋았고 맨발차림의 전형적인 히피였다. 기타리스트는 더 독특해서, 마치 노틀담의 곱추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1미터가 될까 싶은 작은 키에 머리를 50cm로 높이 올렸고, 얼굴은 마이클잭슨을 닮았다. 그런데 기타 연주를 무척 잘했다. 클래식도, 통기타도, 락도 아닌 뽕짝기가 가미된 제 3의 장르였다. 그런 종류의 기타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연주자들의 개성강한 모습과 디지리두의 기괴한 음은 매우 잘 어우러졌다. 이 이 밴드는 모든 곡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는데, 그를 들으며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연주가 귀가 아니라, 내 온몸과 마음으로 들렸다. 디지리두에서 흘러나오는 진동에 온몸의 세포가 흔들렸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에너지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때부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그들의 에너지만 느껴졌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 이 친구들은 진짜 자기가 하는 걸 사랑하는구나.
 자기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를 아는구나. 



'무엇'이 아닌 '왜'에 답이 있다


지금껏 수 많은 연주를 들었지만, 그들의 연주만큼 가슴을 파고 드는 건 많지 않았다. 그들은 내게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워주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이먼 시넥은 말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을 사지 않아요. 대신 당신이 그걸 왜 하는지 '신념'을 삽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따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죠."  
 
 이들 밴드의 연주에서 느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들의 음악에선, 이들의 생김새나 국적, 심지어 무엇을 연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디지리두 밴드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고,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왜'가 있었다. 자신들이 왜 이런 연주를 하는지, 그게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악기를 가지고 놀았고, 연주에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 

  

밴드 연주 중에 관객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밤잠이 많아서 해가 지면 어지간한 활동은 하지 않는데도 순전히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 매일밤 밤거리를 30분이나 걸어 음악을 듣고 자정이 다 돼 숙소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디지리두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음악에 미쳐있는 그들의 에너지에 이끌렸다. 그게 내 가슴 뛰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가치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는 건 '하수'이며, 
 진짜 '고수'는 그 가치를 따지기 전에 이미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을 최고로 만들어버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공명하게 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왜'에 있다. 
  

이들을 만나고부터 나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 일을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고,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는가?


이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밴드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치앙마이에 간다면, 타패 게이트에서 연주하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꼭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단, 연주 일정은 불규칙하기 때문에  저녁 8시~10시 사이 타패게이트를 어슬렁 거리다가 운 좋으면 듣는거고, 아님 못 듣는 거다.ㅎㅎ  아래 페북 페이지에 가면 연주 동영상이 일부 올려져 있다. 
 
 #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uKu-didgeridoo-band-in-Chiang-mai-50158204004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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