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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Apr 23. 2017

일주일에 딱 한번 열리는 숲속빵집 -나나정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스스로 뉴스가 되라

나는 빵과 빵 냄새를 매우 좋아한다. 

여자들이 흔히 아이쇼핑을 하러 백화점에 가듯,

빵 구경하러 제과점에 종종 들른다. 물론 다 살순 없으므로 아이쇼핑을 더 많이 한다. 들어가서 빵 질감도 감상하고, 냄새도 한껏 들이마시고, 실컷 눈요기를 하다 나온다. 

그런 내게 우연히 한 소식이 들려왔으니...

치앙마이에 일주일에 딱 한번, 숲속에서 빵집이 열린다는 거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숲속 빵집, 바로 '나나정글 Nana jungle'이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나나정글에 가다

"나나정글은 일주일에 딱 한번, 

                   '토요일 아침'마다 '정글'에서 열리는 '숲속 빵집'이다."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 검색하다 우연히 얻어 걸린 이 정보에 위 한줄의 설명만 보고도 설레었다. 정글에서 열리는 숲속 빵집이라니. 로컬 버스 역할을 하는 '썽태우'로 다녀오려고 했는데, 정작 아는 운전사가 없었다. 차를 10대 잡아서 시도하다가 결국 못갔던 사연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오토바이를 렌탈해 아예 직접 찾아기기로 했다. 위치는? 구글맵이 있잖아! 

18min로 표시된 곳이 바로 님만해민의 '마야몰'. 거기서도 십여분을 더 가야한다. 

나나정글은 아침 7시면 문을 여는데 늦으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늦을까 싶어 일찌감치 서둘렀다. 새벽 6시 반에 숙소에서 나와 오토바이롤 몰았다. 주말이라 차가 별로 없어서 신나게 달렸다. 약 20~30분을 신나게 달리니 외곽 아주 한적한 곳에 (과연 여기에 뭔가 열릴까 싶을 정도로) 나나정글이 나왔다. 근처에 오니 경찰 2명이 서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입구를 놓칠 일은 없었는데, 근데 이게 뭐라고 ㅎㅎ 이 주말에 경찰까지 온담.  

이렇게 한갓진 입구를 통과하면 아주 자그마한 장터가 나온다.

 입구에서 번호표를 받아 들어가야 한다. 이 번호표에 따라 빵을 살 수 있다. 나는 B-20번을 받았다. 그건 이미 내 앞에 70명이 와 있다는 뜻이다. 7시 10분쯤 도착했는데도. 헉. 아직 빵집을 열지 않은 듯 하여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미 사람들이 모여, 빵집이 열길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하고 있다. 외국인 절반, 태국인 절반.

 규모는 매우 작다. 고개만 돌려도 뭘 파는지 대충 파악되는 규모인데, 빵집을 중심으로 작은 유기농 시장이 형성된듯 했다. 한 열 개쯤 되는 가판대에는 저마다 유기농 우유며 요거트, 유기농 잼, 유기농 주스, 유기농 과일 등.. 유기농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스리슬쩍 구경해볼까나~~~~  

자전거 페달을 돌려 스무디를 만들어주는 친환경스무디! 단 주문한 사람이 자전거 페달을 돌려야 하는 함정이 ㅎㅎ 사먹진 않았지만 재밌어보였다. 역시나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태국식 밥과 반찬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 모두 바나나입에 쌓여서 조리되었다.
한 켠엔 태국식 디저트도 팔고 있다. 보기만 해도 아주 달아보이는 저 녀석들의 정체는? 떡같기도 하고, 모찌같기도 하고.ㅎㅎ 일단 파는 언니 스탈이 멋있어서 찰칵.
유기농으유와 요거트. 요거트 질이 굉장히 좋았다.

이외 옷과 그릇, 악세서리를 파는 가판대도 있었다. 그리고 재밌게도 김치를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시식해보니, 김치와 닭강정 맛이 그럴듯했다.  알고보니 아래 태국아저씨가 평소에 김치를 너무 좋아해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일주일에 혼자 2kg를 먹는다니!! 아저씨는 자신이 만든 김치맛 괜찮지 않냐며, 요리솜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ㅎㅎㅎ김치, 닭강정, 김밥까지 있었는데 태국 현지인들이 가끔 사가는 걸 보니 신기했다. 

한국음식을 사랑하는 태국아저씨와 부인 

한번 둘러보고 돌아오니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한번에 25명씩 들여보내서, 줄이 빨리 준다는 것. 기다리는 걸 너무너무 싫어해서 맛집도 안가는데 한낱 빵을 사려고 줄을 서다니....-.- 

 사실 손님을 끊어서 들여보내는 전략은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기법이 아닌가.  부러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이런 전략을, 빵집에서 구사하는 건 유명 빵집으로 떠오른 '효자베이커리'외 처음본다. 그런데 이런 게 사람 심리를 묘하게 자극한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한정지어 들여보내면 뭔가 더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니까 말이다.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빵을 마구 주워담고 있었다. ㅎㅎ

빵을 마구 주워담고 있는 사람들/ 이미지출처www.nationtv.tv


드디어 내 차례!

나는 빵을 좋아하고 많이 보다보니, 빵 표면 색깔만 봐도 어떤 질감에 어떤 맛일지가 쉽게 연상된다. 막상 들어가보니, 나나정글의 빵은바게뜨부터 크로와상, 각종 건강빵과 파이류, 쿠키, 피자와 라자냐까지  종류는 다양했지만 외관상으로는 매우 평범했다. 


가장 유명하다는 크로와상은 기대했는데, 실망 자체였다. 한눈에 봐도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빵 표면은 생기가 없었고, 기름기 범벅에 맛이 없어보였다. 살짝 부스러기를 맛보니 과연 내가 예상하던대로  맛이 없었다. 다른 빵은 어떨지.... 일단 몇 개 사보기로 한다.  빵은 30밧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수준이다.  

가장 유명하다는 크로와상들./ 이미지출처:www.raktiaw.com
각종 건강빵이 있는데.... 음... 모양은 평범했고, 맛도 평범했다. Nothing special.
빵은 물론 피자, 라자냐, 쿠키, 무슬리도 있다. 이쪽은 나의 관심분야가 아닌지라 패스.

빵을 원하는 만큼 주워담으면, 끝에 있는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먹으면 된다. 친절하게도 계산대 옆에는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무료 커피와 우유를 제공해주어 함께 먹을 수도 있다. 


나는 올리브빵과 쿠키, 머핀을 하나씩 골라와서 먹었다. 그런데 예상대로 맛은 아주 평범했다. 빵은 실망했지만, 장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떠나질 못하고 계속 머물렀다. 한 시간동안 앉아 있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200명쯤 되었으려나? 다들 빵을 한보따리씩 품에 안고 떠난다. ㅎㅎ 나나정글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즐거워했다. 별것도 아닌 상품들을 보면서 신기해했고,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그렇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어지간해서는 사진찍는 걸 귀찮아하는 나도 사진찍게 만든 힘은 어디있을까? 


( 참고로 말하면,  치앙마이에서 내가 꼽는 최고 빵집은 <Bann Bakery>다. 아직 이곳만큼 정갈하고 제대로 모양을 내어 빵을 구워내는 곳을 보질 못했다.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어서 크로와상 하나에 800원, 샌드위치는 1500~2000원쯤 한다. 아침마다 서양친구들이 엄청 와서 빵을 사먹는데 오후 3시가 되면 빵이 떨어진다. 내 기준으로 나나정글 크로와상이 별 다섯개 중 별 1개 반이라면 반 베이커리 크로와상은 별 4개쯤 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포스트하겠지만 아무튼 치앙마이 최고의 빵집은 반베이커리!



셀링포인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라

나나정글을 보며,

나나정글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품에 안고 떠나는 많은 빵들을 보며, 마케팅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케팅에 대한 정말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결국 마케팅은 '물건을 파는 것'이며, 그를 위해 다양한 기법과 전략을 동원하는 것이다. 보통은 상품을 알리기 위해 광고와 홍보전략을 짜고 그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가장 스마트한 마케팅 전략은 상품 스스로 뉴스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가 뉴스가 되면 홍보할 이유가 없어진다. 사람들이 알아서 신기하다고 사진찍어서 올리고, 알아서 "저 이런거 써봤어요, 이런 곳에 다녀왔어요"라고 포스팅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뉴스가 되게 하자면, 그만한 특별한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 


나는 나나정글의 마케팅전략에 (의도하든 아니든) 큰 영감을 받고, 이들이 어떤 셀링포인트를 가졌는지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언젠가 이걸 써먹을 수 있으니까.^^ 


1. 나나정글의 빵집은 컨셉이 90%를 먹고 들어간다. 

일주일에 하루만 문을 여는 숲속 베이커리.  너무 매력적이잖아.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침형 인간이라면, 뭔가 남다른 걸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끌릴 컨셉이다. 


2.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의 공을 들이게 한다. 

예전에 유럽 소상공인 인터뷰를 한 <노마드 인터뷰>에서 본 건데, 일부러 그렇게 자기 숍에 찾아오는 방식을 어렵게 만들어 고객이 품을 들이도록 만드는 주인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고객들이 방문하는 날짜와 시간도 정해준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는 곳이 아니라, 공을 들여야 갈 수 있는 곳으로 포지셔닝 하는 것이다.

그런 공을 들이면서도 오겠다는 고객들이 있고, 그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귀하게 여겨서 기꺼이 공을 들여 방문한다. 고생을 더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지만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어쨌든 확실히 차별은 되니까. 


3. 번호표를 받아서 한정적으로 들어가가 물건을 사게한다. 

이건 주로 구찌, 버버리, 샤넬 등의 럭셔리 브랜드가 백화점에서 구사하는 전략이다. 한정적으로 손님을 받아서 줄을 세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어느 상점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게 되면, 은연중에 그곳은 잘나가는 숍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호기심을 가진다. 그래서 일부러 판매전략으로 알바를 사서까지 줄을 세우게 하는 가게들도 있다. 이처럼 누구나 원하는대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줄을 세워서 들어가게 하는 전략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 내가 이만한 공을 들여서 빵을 사가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게끔 말이다.  


4. 프랑스 빵에 대한 신뢰도

나나정글빵은 태국-프랑스 커플인 오일& 니콜부부가 운영하는 '나나베이커리'에서 구워온다. 일단 프랑스인이 구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직접 굽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소비자들은 신뢰하게 된다. 실제로 나나정글을 다녀온 사람들의 평을 보면, 

"빵은 나나베이커리에서 구워오는데, 역시 빵은 프랑스인가봅니다."

"30~40분을 차로 달려 사올 만큼 엄청 맛있진 않는데, 일단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신선한 공기를 쐬며 다녀온 이곳은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신 듯 상쾌한 기분으로 기억되는군요."


나나정글의 특별한 분위기에 젖어, 나나정글의 평범한 빵을 먹으며 한 가지 배웠다. 

소비자를 위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건 더 중요하다. 



# 가는 길: 구글맵에 "nana jungle chiangmai"를 검색하면 가는 길이 잘 나온다.

# 운영시간 : 아침 7시부터 빵이 다 팔릴때까지 (오후 5시라고 구글엔 표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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