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약점의 끝을 잡고 다가가면은~~ 워워워우워~~ 니가 나올까?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딱 10년전에, 대학생 때 이미 강점을 찾았다.
'내 안의 강점찾기'라는 부제를 단 책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를 공저로 저술하면서 여러 실험을 했고, 내 나름의 이론도 정립했다. 그래서 그 뒤에 내가 찾은 강점으로 잘 먹고 잘 살았을까요?
삐~~~
천만의 말씀. 나는 그 뒤로도 내가 찾아낸 강점보다 약점에 더 꽂혀 있었다. 약점이 신경쓰여서 내가 가진걸 거들떠 보기는 커녕, 활용해 볼 정신머리도 없었다. 약점이 있는 한 나는 안될 거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어떻게 없앨 수는 없나? 감춰도 보고, 숨겨도 보고, 때려부시려고도 해봤는데, 그 약점이란 놈이 얼마나 끈질긴지 도무지 떨어지질 않는거다. 마치 운동해도, 굶어도 절대 빠지지 않는 지방 같았다. 나는 내게 자신이 영 없었다. 약점은 내 빛을 갉아먹는 어둠이었다. 이 약점을 쳐부시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약점을 없애기 전에는, 절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참이었다. 나는 약점없이 '완벽한 존재'가 되어 세상에 짜잔~ 하고 나타날 예정이었다, 적어도 내 계획이 들어맞는다면.
그런데 세상일이란게 마음대로 안되는 법. 내 약점을 미친듯이 혐오하다 보니, 내 모든 게 도매값으로 싫어졌다. 나는 세상에 짜증이 났고, 모든 것에 짜증이 났다. 내 영혼이 몹시 아팠다. 결국 나는 인도로 날아갔다. 그곳 명상센터에서 3개월 지내면서 내가 아픈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
하루는 다사지 (여기선 선생을 이렇게 불렀다) 에게 상담을 청했다.
"다사지. 몹시 짜증이 나서 견딜수가 없어요. 모든게 모든게 짜증이 나요. 미칠 것 같아요."
다사지는 내 얘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짜증이 나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내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도에는 영적 지도자가 많다. 그들을 '구루'라고 표현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꺼내놓고 해답을 구한다. 한번은 사회에서 크게 인정받는 한 예술가가 구루를 찾아왔다. 그의 고민은 이랬다.
"제가 능력은 있는데, 성격이 좀 안 좋습니다. 실은 많이 안 좋아요. 이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너무 힙듭니다. 저도 힘들고 다른 사람들도 너무 힘들어 해요. 이걸 고치면 더 원만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발 이걸 좀 고쳐주세요."
그의 하소연을 듣던 구루가 대답했다.
"내가 고쳐줄 수는 있어. 다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너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지점과 네 신경질적인 부분이 맞물려 있다는 거야. 네 예민한 성격을 고쳐줄 순 있다만, 그러면 너의 예술적 재능도 같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한 성격하는 예술가는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아무말 없이 고이 돌아갔다고 한다.
다사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호주 멜번에 가면 <재플슈츠>라는 희한한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간판도 없고 테이블도 없고 무려 7층에 있다. 2층도 아니고 7층? 장사가 될까? 싶은데 줄서서 먹는다. 이걸 먹으려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기도 한다.
대체 비결이 뭘까? 이 가게의 비결은 가게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에 있었다.
이들은 7층이라는 약점을 '대놓고' 활용했다. 주문은 못받으니까 미리 인터넷으로 받고, 약속 시간이 되어 고객이 지상에서 대기하면 7층에서 샌드위치를 고이 던져준다. 물론 그냥 던지는 건 아니고, 샌드위치에 작은 1회용 낙하산을 달아 놓았다. 재플은 낙하산, 슈츠는 샌드위치를 가리키는 호주식 영어다. 그러니까 이름그대로 '낙하산 샌드위치'인 셈이다.
나폴나폴 거리며 떨어지는 샌드위치를 잘 받아야 하는데, 잘못하다간 내려오는 길에 다른 건물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받으며 웃고 난리가 난다. 테이블이 없으니 그냥 바닥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다. 배려도 없다. 그런데 아주 아주 즐거워한다.
재플슈츠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대신, 200% 살리는 선택을 했다. 자신이 가진 약점으로 성공했다.
호주 명소로 일찌감치 자리잡고, 뉴욕진출을 앞두고 있다. 약점과 강점의 원천은 하나라는 거.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정말 멋지다는 걸, 재플슈츠는 보여줬다. 그래서 스페인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도 이렇게 말했나 보다.
당신을 위한 뽀너스~. 여기 멋진 이야기가 더 있다.
옛날에 모든 것에 완전히 실패한 남자가 있었다. 그가 실패한 이유는 계속 성공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그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었다.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실패한 사람이었다. 계속 성공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그는 점점 더 크게 실패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자포 자기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패배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미지근한 맥주와 형편없는 음식’이라는 이름의 술집을 열었다. 사람들은 그 술집 이름을 듣고 흥분했다. 모두가 그 이름에 담긴 대담성과 엉뚱함과 직설적인 표현을 맘에 들어했다. 그 이름은 다른 것들과는 너무도 달랐다. 기가 막히게 독특했다.사람들은 그것이한 남자의 완벽한 자기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패배감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실패로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60초소설> (댄헐리 저) 중 39p
동전의 한쪽 면만으론 그 돈을 쓸 수 없다는 걸 몰랐다. 나를 드러내야 내 강점도 드러난다는 걸 몰랐다. 약점 자체가 너무 부끄러워서 감추기만 급급했다. 그런데 내가 시궁창에 버려두었던 것들이 실은 내가 가진 재능이기도 했다는 걸, 나는 뒤늦게 알았다. 어둠을 거부함으로써 내가 갈망해온 빛도 거부해 온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