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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Nov 23. 2017

멈추지 말고 계속 가는 거다

JUST DO IT,  신발에 미친 이의 실패와 성공스토리

갖은 공포증에 시달리는 회계사, 불같은 성미의 달리기 감독, 세상 물정에 어두운 24살 청년 등 

사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괴짜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무려 20년 동안 매년 망했다.

 "그때마다 우린 신발창고에 모여서 이야기했어요.
어이, 필. 우린 내년엔 성공할거야.
한번 더 해보자고."


 연매출 30조 원. 전세계 임직원 63,000명. 신발 생산 공장은 12개국에 107개. 공장 근로자만 46만 명. 한때 시가총액 200조 원을 육박했던 거대한 다국적 기업 나이키, 하지만 그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슈독>은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직접 쓴 나이키의 창업 스토리다. 그는 대학 작문 수업을 들어가면서, 이 책을 완성했다. 세련된 대필작가가 아니라 굳이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써낸 것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어떤 대필작가도 담아내지 못할 것 같은 필 나이트 만의 '스피릿'이 있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힘있고 때론 너무 웃긴 문장들 속에, 나이키가 어떻게 스포츠가 세상을 구원하고 변화하는 힘을 가지게 됐는지 힌트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Nike의 탄생

연매출 30조 원. 전세계 임직원 63,000명. 신발 생산 공장은 12개국에 107개. 공장 근로자만 46만 명. 시가총액 200조 원..... 이런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나이키. 하지만 그 시작은 매우 미미했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원래 육상선수였다. 하지만 최고 선수는 아니었다. 늘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누군가가 늘 있었다. 결국 선수를 포기하고,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한다. 사업에 대한 생각은 막연했지만, 운동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운동화를 잘 알았고, 일본 운동화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1962년 배낭여행을 떠났고, 일본 운동화 회사인 '오나쓰카'에 찾아가 떼를 쓰다시피 해 미국 서부지역 독점판매권을 따낸다.


그렇게 1964년 '블루리본스포츠(Blue Ribbon Sports 나이키의 전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한다. 불같은 성미만큼 운동화 개발에 열정을 가진 동업자 빌 바우어만, 운동화와 달리기의 숭배자 제프 존슨, 촉망받던 육상선수였으나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보브 우델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모두 달리기를 사랑하는 괴짜들이었다.  이들은 운동을 사랑했고, 신발을 사랑했고, 신발의 가치를 믿었다. 진정한 슈독(Shoe dog)들이었다. (*슈독은 신발연구에 전념하는 사람을 뜻한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신발이 달리기에 더 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가장 유명한 로고중 하나인 스우시 Swoosh. 나이키는 1962년 '블로리본 스포츠'로 시작했다. 창립 첫해 매출은 8000달러. (출처 :Nike)

블루리본은 일본 기업인 오나쓰카로부터 운동화를 수입해 팔았는데,  1970년대 조깅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오나쓰카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사업에 일대 위기를 맞게 된다. 자칫 망할지도 모르는 위기에서 필은 직원들을 모두 불러모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처음으로 사람들의 표정에서 '포기'를 보았다. 그 상황에서 필은 말한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은 이제는 다른 기업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 갈길을 가자는 겁니다.이제 우리가 기다리던 때가 왔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다른 기업의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다른 기업을 위해 일하지 않을 겁니다.  (…)  나는 오늘 일을 위기가 아니라 해방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을 우리가 독립하는 날로 생각합시다."


여기서 경영자로서 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 그리고 상황을 바꾸는 능력. 필에게는 그게 있었다. 필은 그날 사람들에게 진심을 어필했고,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도록 부추겼다. 이들은 마침내 '나이키'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하게 된다.



JUST DO IT

나이키는 그저 달리기와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벤처기업일 뿐, 사업이라곤 해본 적 없는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원대한 포부도, 전략도 딱히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표가 된 나이키 로고는 우연히 알게 된 젊은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35달러를 주고 만든 것이고, 나이키라는 브랜드도 첫 생산 직전에 겨우 결정한 것이다.


창립멤버 중 하나인 제프 존슨이 꿈에서 '나이키'라는 이름을 봤다며, 그걸로 짓자고 제안한 것.  필은 나이키라는 이름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을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의 이름(Nike)과 2차 대전 참전 용사들에게 승리의 메달을 수여할 때 처칠이 했던 말.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할 겁니다. 우리의 목표가무엇인가? 나는 한마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그렇게 나이키가 탄생했다.


 이건 하나의 일화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들은 치밀한 전략도 없이, 감정적인 선택을 하며 회사를 이끌어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절대 놓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일단 해봐 JUST DO IT' 정신.  

일단 해봐! (출처: Nike)

그들은 회사가 어려워질 때마다 번 돈을 모두 재투자하면서 버텼다. 그렇게 18년을 버텼고, 마침내 업계 1위였던 아이다스를 추월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필 나이트의 이 말은 나이키를 대표했던 미국 육상 스타 스티브 프리폰테인의 말 “달리기는 예술이다. 작전은 필요 없고 오직 열심히 뛸 뿐”과 함께 나이키의 정신이 됐다.


이후 나이키는 NBA 슈퍼스타와 후원계약을 하면서 마이클 조던을 영입하고 이후 매출이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영입한 선수들의 성공과 캐치프레이즈 'Just Do It'은 나이크를 단순한 운동화 제조사가 아닌, 훌륭한 정신을 가진 세계최고 스포츠브랜드로 만들었다.  



위기를 넘는 법

아무것도 없었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고, 그 일에서 깊은 의미를 찾았다.  나이키의 슈독들에겐 힘든 순간이 있어도, 힘들어서 못하는 순간은 없었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둔다' , '안한다'는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초창기의 필 나이트 (출처:Nike)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무너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실패했을 때 이를 빨리 털고 일어나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일을 저질러가면서, 그를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아갔다. 일과 맞닥뜨리면 일단 해치우고 본다. 두려움 따위는 잊어야 한다. 그리고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나이키는 고속성장했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해서 언제나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려운 순간은 늘 있었다. 정부로 부터 수천억 규모의 세금폭탄을 맞기도 했고, 일본기업 오나쓰카와 소송에 휘말려 피말리는 싸움을 하기도 하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해 단숨에 무너질 위기를 경험할 때도 있었다.


필 나이트는 위기가 닥칠 때면 사람들을 모아 다방면으로 해답을 이끌어내는 한편, 혼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자문자답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문제속에서 늘 어떤 길을 발견하였다. 그의 자문자답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나만의 질의응답을 시작햇다.

-당신이 알고 있는 건 무엇입니까?
저는 오니쓰카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그 밖에 알고 있는 건 무엇입니까?
기타미와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블루리본과 오니쓰카는 결별의 수순을 밟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할 때까지 관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해야 합니다.

- 첫번째 단계에선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블루리본을 대체하기 위해 확보한 판매업자들을 모두 쫓아낼 겁니다.

- 두번째 단계에서는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이번에는 제가 오니쓰카를 대체할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갑자기 예전에 들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어느 공장 이야기가 떠올랐다.
-책 258, 259쪽



사업으로 나를 닦고 도를 닦다

일본 선종의 가르침 중에 "자아를 연구하는 것은 자아를 잊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필은 운동화를 만들고 세상에 그를 팔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깊이 연결감을 느꼈다. 어떤 식으로 하나가 되고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이것은 그가 1962년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 찾고자 한 것이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몰랐지만 필은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아간다.


"우리는 비상식적인 기업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을 신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골리앗을 잡으려고 한다. 우리는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 우리는 복종, 진부함, 단조로움을 거부한다. 우리는 제품만이 아니라 아이디어, 즉 정신을 팔려고 한다."

나이키는 운동화가 아닌 문화를, 정신을 팔았다. (출처: 구글)

 필 나이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사업을 대하는 그의 방식에 깊이 감화되었다. 그는 사업을 예술이나 도를 닦는 것처럼 해나갔다. 기존의 방식은 알지도 못했고 따라하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이 품고 있는 이상을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애썼고,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아트Art였고, 도道였다. 나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필과 동료들은 돈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서 뛰었다. 돈이 아니라 꿈을 위해 뛰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인습을 타파하려는 사람, 혁신을 추구하려는 사람, 반란을 꾀하는 사람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이런 이들은 항상 자기 등에 과녁을 달고 다닌다. 승리할수록 이 과녁은 점점 더 커진다. 이는 나 한 사람만의 의견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다."

 

석가모니는 "너희 스스로 길이 되기 전에는 그 길을 갈 수 없느니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나이키는 그들 스스로가 길이 되었다.   Just Do It. 이는 그저 보기 좋은 문구가 아니었다. 영감주기 위해 만든 그럴듯한 광고카피가 아니었다. 이는 한 인간이 살아온 방식 자체였고, 자신의 철학을 운동화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었다. 그 정신이 바로 사람들에게 스며들어간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나이키의 성공비결이 아닐까.



자신을 믿는 법

필은 오리건 대학교 육상선수 시절에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 시절 그는  최고 선수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잘 달리고, 훨씬 빠른 선수들이 있었다. 경쟁 선수들의 등을 보고 달리면서 그는 '망각의 기술'을 배운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잊어버려야 한다. 자신이 품었던 의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자신의 고통과 과거를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 그만하자"는 내면의 외침, 애원을 무시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떨쳐버리거나 무시하지 못하면, 우리는 세상과 타협해야 한다. 육상 경기 도중에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몸이 원하는 것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나는 내 몸에 이런 말을 하곤했다. '그래, 너 참 좋은 의견을 내어놓았구나. 하지만 그래도 계속 달려보자.'"


필 나이트는 1964년부터 2004년까지 40년간 최고경영자로 나이키를 이끌었고,  마침내 2017년 7월 나이키 이사회 의장에서 은퇴했다. 그는 스포츠계에서, 운동화산업에서 나이트로고 만큼이나 인상적인 획을 그었다. 운동선수였지만 회계사가 되었고,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 결국은 모든 걸 접고 사업을 올인한다.  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가 원한 것은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새롭고 역동적인 일이었다.


자신을 믿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그 말의 진가는 필의 삶에서 볼 수 있다. 필은 "당신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라. 이런 믿음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져라." 는 자신의 말처럼 늘 자신을 믿었다. 지금의 나이키를 키워내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위기와 실패, 좌절의 순간을 만났지만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의 다음 말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는 자들에게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충고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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