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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21. 2018

퇴근 후 3시간

나를 위한 세상이 펼쳐진다

일상에서 뭔가 좀 재미난 일 없을까?

날마다 반복되는 거 말고 뭐 좀 새로운 거 없을까? 

고민하던 차, 퇴근 길에 집에 가다 남산공원을 들리게 되었다. 남산 주위로 산책로가 돌아가며 펼쳐져 있는데, 구두신고 정장입고 그 길을 걷다보니, 새로운 세상이 내 눈앞에 턱, 하고 펼쳐졌더랬다.

그래. 이거다. 

내가 왜 이걸 놓치고 살았지?


그때부터 퇴근 후 시간에 주목하게 되었다. 


 퇴근 후 3시간 


찾아보니, <퇴근 후 3시간>이란 책도 있고, '퇴근후 2시간'이란 워크숍도 있고,

'퇴근 후 1시간'을 다룬 기사도 있더라. 

역시 좋은 아이디어는 세상을 떠 도는 법이다. 


나는 돌아다니고, 낯설고 새로운 걸 매우 좋아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럴 기회가 많이 줄었다. 

20대 땐, 몇 달이고 여행다니며 원없이 놀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봄날, 꽃날은 다 시든것인가?


노노,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같은 방법이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직장이라고 가정하면 퇴근 후 잠들기까지,

우리에게는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까지 또 다른 시간이 주어진다.

내 하루의 1/8 내지 1/4이 되는 그 시간들이,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대부분 그냥 흘러간다. 

잘 보내봐야 영어공부, 운동, 맛집탐방, 친구 만나기이며, 대체로는 

뭘 해야할지 몰라서, 뭘 하기엔 너무 지쳐서 등의 이유와 함께 그냥 증발된다.


아놔, 건드리지 말아줄래? (출처: 트위터 @Blue_magma)


아아, 그리해선 안된다. 

그래서 찾아나섰다.


'퇴근 후 3시간' 프로젝트


남산산책 이후, 나는 1주일에 한 두번. 

퇴근 후 여행을 떠난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줄,

머리를 확 깨이게 해줄,

나도 모르게 콧바람이 흥얼흥얼 거릴 일들로 그 시간을 채운다. 


한남동 디뮤지엄에 가서 절라게 멋지게 큐레이션된 아트를 보며 영감도 좀 불어넣고,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남산에 가서 홀로 저녁 산책도 즐기고, 

외국에 와 있는 기분으로 이태원의 카페에 앉아 글도 쓴다. 

부암동 저녁 산책 혹은 한강 조깅 혹은 춤추면서 근육도 좀 축적하고.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진행중인  <Weather> 전시회. 오픈 때 칵테일도 무료제공되었다.캬캬

그렇게 나를 위한 세상이 펼쳐지는 사이, 

잠시 세상에 빼앗겼던 나의 시간들이 돌아오고, 

낮에는 일에 치여 잊고 있던 누군가가 다시 깨어난다.   


나의 낮보다 더 환하며, 

지나온 밤보다 더 아찔할 지 모르는 

퇴근 후 3시간. 


이제 시작했다. 

푸통푸통, 두근두근^^

#퇴근후여행 #퇴근후내세상 #퇴근후자유 #퇴근후예술 #퇴근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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