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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un 06. 2018

매년 걷고 싶은 문경새재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위

시간이 날 때는 퇴근 후 3시간이 아니라, 하루죙일 내세상이 된다. 오늘은 '하루종일 내 세상'인 시간. 이런 때는 평소 시간이 없어서 못갔던 곳, 아껴뒀던 곳들을 방문해야 한다.  


매년, 한 번씩 꼭 찾게되는 곳이 있다. 

이곳을 걷지 않고서는 그 해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1위에 뽑힌 곳,

1년에 250만명이 찾는 손꼽히는 관광명소, 

바로바로, 

00로 들어가는 초입길
새도 날아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다.

문경새재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에 나 있는 고개로,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재이다. 새재는 한자로 조령(鳥嶺)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다. 가보면 길이 참 잘 닦여 있어서 왜 새도 날아넘기 힘들었을까?란 의문이 들긴 한다. 단단한 흙길이 6.5km나 시원스레 나 있어서 걷는 맛이 일품이다.  

 


영주 '죽령', 영동 '추풍령'과 함께 조선시대 3대 고갯길로 꼽힌다. 특히 문경새재는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선비들의 최애 길이었다. 죽령은 죽죽 미끄러지고,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진다고 하여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은 기피했다. 하지만 문경새재는 문희라는 옛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의미가 있어서 선비들이 부러 돌아서 이 길을 걷어가곤 했다고 한다.  게다가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에 선비뿐만이 아니라 보부상, 관리 등 수 많은 이들이 새재를 오갔다. 

 


기쁜 소식 들으러, 새재로 고고!

벼르고 벼르다 6월의 첫날인 금요일, 하루 시간을 내어 문경새재를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주 한적했다. 

초입에 몇 팀이 보이다가 나중에는 거의 한 시간을 혼자 걸었다. 


문경새재는 전 구간이 흙길이다. 

총 6.5km에 이르는 길이 단단하게 다져진 황톳길이라, 맨발에 걷기에 최적이다. 맨발로 걸으면, 흙과 모래의 감촉으로 머리끝이 지릿지릿하다. 그 자극 덕분에 걷는데 더 집중할 수 있는데, 상쾌하기 까지 했다. 한 시간을 맨발로 걸어봤는데, 발목이 조금 피곤한 것 빼면 괜찮았다. 이 정도의 황톳길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걷는 재미가 있어서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다. 

새재 길 양 옆으로는 로 나무가 우거져 있어, 한낮에 걸어도 그리 덥진 않다. 옆으로 계곡, 폭포 등이 있기 때문에 지칠 만 하면 거기에 발 담그고 좀 쉬어가도 좋다. 지겨울만하면 원터며, 주막터며, 비석 등의 문화재가 등장해서 혼자가도 심심치 않게 걸을 수 있다. 2관문을 지나면 인적이 더욱 드문드문 해진다. 이런 숲+황토길을 온통 내 세상처럼 걸어볼 수 있다.


드디어 제 3관문에 도착했다.

이곳을 넘으면 충청도 괴산땅이 나온다. 


제 3관문인 '조령관'. 조령관을 기준으로 남쪽은 경북 문경이고 북쪽은 충북 충주다.

문경새재를 걷는 방법

문경새재에는 총 3개의 관문이 있다. 

제 1관문 주흘관, 제 2관문 조곡관,  제 3관문 조령관이다. 

제 1, 2 관문은 왜구를 막기위해서, 제 3관문은 오랑캐를 막기 위해서 쌓은 것이다. 

 나는 주로 새재 길만 걸기 때문에 제 1관문에서 출발해 제 3관문을 찍고 다시 제 1관문으로 되돌아 온다. 그러면 초입길까지 더해 도합 14km를 걷는데, 쉬는 것까지 합해 약 5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대개는 문경새재 트레일 길이라 하여,   제1관문에서 시작해 3관문을 넘어 충북 괴산 고사리 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8.4km의 트레일 길을 편도로 오간다.  문경새재에서는 <맨발 걷기 페스티벌>, <달빛 걷기> 등 걷기와 관련된 행사가 자주 열린다. 음력 보름 즈음 'ㅂ달빛 사랑 여행'이란 이름으로 야간에 걷기 행사가 진행된다는데 나중엔 거길 가봐야겠다.^^ 널찍한 제 1관문 주변 길을 주로 걷는다는데, 달빛에 의지해 새재를 걸으면 운치가 그만일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피곤해진 발을 계곡물에 담그고 좀 쉬었다.

다시 가려니 아쉽다.

그래도 올해 한번 왔으니, 또 한해 잘 보내겠구나. 또 보자, 새재야.


참, 듀스의 고 김성재씨가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이 문경새재라, 유골이 여기에 뿌려졌다고 한다. 



<빈약한 교통정보>

대중교통으로 문경새재 가는 법: 

1. 동서울터미널에서 문경버스터미널로 이동 (소요시간 2시간)

2. 문경터미널에서 새재 올라가는 시내버스 이용 (소요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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