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일

[북리뷰]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by 김글리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산문집은 류시화가 묻고 삶이 답해준 것들을 엮은 것이다. 깨달음에 대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내가 누군지에 대해 류시화는 끊임없이 물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특히 내 길을 찾아간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했다. 내 길을 간다는 건, 무수한 오해를 받기를 각오해야 한다. 누구도 박수쳐주거나 인정해주는 길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류시화 역시 무수한 오해를 받으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한다.


문학을 하겠다고 집을 나오자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고,

출판사에 취직해 몇달안돼 그만두자, 사람들은 왜? 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자꾸만 인도에 가자 사람들은 그가 원하지도 않는 유럽과 중국도 가라고 조언했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자 외로워서 어쩌냐며 했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자 그 좋은 곳을 버리고 왔냐며 안타까워 했다.

인도 기행문을 냈을 때 출판사들은 출간을 거절하며 유럽 기행문을 쓰면 돈을 대주겠다고 했다.

죽음에 관한 책을 냈을 때는 독자가 없다며 거절했지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상업작가라 비난했다....


"죽는 날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 따라서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길에 기쁨과 설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자신의 다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길'의 어원이 '길들이다'임을 기억하고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익숙한 것고 결별하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낙오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젹'이라는 기준이 오류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걸으려면 편견의 반대편에 설 수 있이야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사람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길이지 그 사람들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찾는 것이 호모 비아토르이다."

- 위 책 45, 46쪽


류시화는 말한다.

살아가는 건, 어쨌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나가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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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소리를 내는 일


예전에 그가 쓴 인도 기행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환상을 심어주어서 사람들에게 헛된 바람을 넣었다는 등의 비평이 대부분이다. 나도 인도를 2번 가봤고 그외에도 무수히 많이 여행을 다녔다. 그런데 여행을 가보면 알지만 개개인에 따라 경험하는게 매우 다르다. 같은 곳을 가도 어떤 사람은 최고의 여행지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될 수 있다. 누굴 만나느냐, 무엇을 느꼈느냐에 따라 경험치가 매우 달라진다.


내가 보기에 류시화는 남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촉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경험한 걸 가지고 왜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느냐고 비난하는 건 맞지 않다. 그에게는 사실이지만, 내게는 거짓이 될 수도 있는게 여행이고 현실이니까.


류시화에게는 현실을 환상으로 만들수 있는, 아니 현실을 신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내가 류시화를 좋아하는 지점이다.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을 그는 보고, 우리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맙다. 자기만 알수도 있는데 굳이 시로, 글로 표현해 세상에 내어놓으니까.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기꺼이 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삶도 다양한 면들이 있다는 알 수 있을 테니까.


다음은 그의 책에서 뽑은 문구다. 언제든, 생각날 때마다 읽으면 좋다.



자연과 연결되는 장소, 대지와 하나되는 시간만큼 우리를 회복시켜 주는 것은 없다.

우리는 인도의 오래된 경전 <아슈타바크라 기타>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삶의 파도들이 일어나고 가라앉게 두라. 너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너는 바다 그 자체이므로.'

- 퀘렌시아_자아회복의 장소를 찾아서 중


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어느 부족은 쓸모없는 나무를 제거해야할 때면 온 부족민들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이렇게 소리지른다고 한다. "넌 필요없는 나무야!" "넌 아무 가치가 없어!" 도끼나 톱으로 자르는 대신 그렇게 계속해서 큰 소리로 "쓰러져라! 쓰러져라!"하고 외치면 얼마 안가 나무가 시들어 죽는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지르는 소리는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서로의 영혼을 죽게 한다.

- 화가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_ 두 가슴의 거리 중


우리는 여행자이면서 동시에 여행 그 자체이다. 짐 코벳은 책에 썼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가 되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삶의 밀림을 통과해야 하며, 맹수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삶의 향기는 언제 목적지에 도착하는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걸어가는 길 중간중간에 피어 있는 들꽃같은 얼굴들과 매 순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담벼락에 핀 꽃을 보는 마음의 여유와 관심, 그곳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쉬어 감이 그 여정을 풍요롭게 만든다.

-짐 코벳 이야기_ 과정이 즐거웠는가 중


우리 자신은 하나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매 순간 변화하는 무수한 모습들의 종합이다. 라다크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호랑이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내면의 줄무늬는 타인이 읽어내기 힘들다. 그 줄무늬는 삶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성장과 변신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사람들이 나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은 나의 외모와 겉모습이며 두번째 기준은 과거이다. (중략)

누군가의 현재를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는 계속 자라고 가지를 뻗는 나무와 같아서 매일 변화하고 껍질을 벗을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자 미상인 다음의 글에 나는 동의한다.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은 알지만, 당신의 스토리는 모른다. 그들은 당신이 해 온 것들을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때로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최고의 것을 해야만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_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중


마음이 담긴 길을 걸으려면 편견의 반대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사람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길이지 그 사람들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답이 아니라 자신의 답을 찾는 것이 호모 비아토르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뒤를 좇는다는 건 아직 마음이 담긴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 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에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마음이 담긴 길_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중


당신의 '푸른 꽃'은 무엇인가? 세상 속에서 현실에 적응하며 살지라도, 마음속에서 당신이 찾는 푸른 꽃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그것을 환영이라 부르든 신비주의라 부르든, 당신이 추구하는 수뭄 보눔summum bonum('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라틴어)는 무엇인가?

-푸른 꽃_당신의 푸른 꽃은 무엇인가 중




모든 순간이 과정이고 목적지고 여행지다.

오늘 아침 류시화 글을 다시 읽으며, 그 생각이 또 한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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