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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마인드코치

고함질러 너를 응원해!

by 김글리

마인드 코치


세상에 '마인드코치' 란 직업이 있다고 한다. 선수가 심리컨디션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전 스케이팅 국가대표였던 김동성 선수 말에 따르면, 안톤 오노에게는 이 마인드 코치가 항상 따라다녔다 한다. 그는 경기 전에는 ‘니가 최고다’며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경기 결과가 나쁘면 '그래도 잘 했어. 오늘 출발이 정말 좋았어' 라고 격려하며 실패를 빨리 잊도록 도왔다. 그래서 감정에 빠지지 않고, 바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게끔 도와주었다고 한다.

마인드코치_김동성.jpg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eW_0FGnFnNg


나는 이 얘기를 들으며 ‘조조’를 떠올렸다. 조조는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치가로, 그는 많은 싸움에서 이겼지만 또 많은 싸움에서 지기도 했다. 그는 설사 적벽대전처럼 백만 대군을 잃은 대패한 싸움에서라도 패한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진 싸움은 빨리 떨쳐버리고 다음 전투에서 어떻게 이길까에만 집중하는 데, 조조의 힘이 있었다.


나는 이와 정반대다. 실수하거나 일이 잘못되면, 자책하고 ‘왜 안 됐을까’ 분석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심리적 부담 탓에 다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 실수에 연연해하는 나야말로 마인드 코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날 격려해주고, 넌 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스스로 격려할 수 있어야 멀리 갈 수 있단다


23살에 한 달간 포도단식을 한 적이 있었다. 몸을 바꾸고 싶은 열망에 시작한 일이었다. 원래는 일주일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이왕 하는 거 몸에 독소를 더 빼보라는 말에 어쩌다보니 한 달을 하게 되었다. 몇 번의 고비가 왔다. 단식 9일째 되던 날은 유독 힘들었다. 몸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몸이 힘드니까 '내가 대체 무슨 영화를 보자고 왜 이러고 있을까' 싶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때 나의 멘토였던, 구본형 선생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격려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멀리 갈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돌아보니, 나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믿어주지 않았다. 조금만 실수해도 가혹하게 비난하고, 조금만 잘못해도 못한다고 의심하는 건, 바로 나였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올라오면 그를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엎어지거나 그만두는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가혹하게 비판하는 대신, 힘내라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나를 격려해줄 마인드코치가 바로 나라면 어떨까?




성장에 필요한 건 자기비판이 아닌 '자기연민'


스탠포드대학에서 최초로 행복학 강의를 개설한 에마 세팔라 교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가진 안타까운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족한 부분을 더 크게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심지어 자신에게 ‘엄격’한 것을 자랑처럼 여긴다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자기 비판자’가 되게끔 교육받는다. 그런데 혹독한 자기비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에너지가 소진되도록 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완전히 멈추게 한다고 한다.


에마 세팔라 교수는, 성장하고 행복하기 위해선 자기비판이 아니라 '자기연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기연민은 실수나 실패할 때 스스로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하는 대신,‘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고 말할수 있는 능력이다. 실제로 자기연민을 실험한 결과, 옥시토신호르몬이 분출되면서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12% 높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위 연구를 보고, 아프리카의 바벰바 부족을 떠올렸다. 이들에겐 특별한 용서법이 있었다. 누군가 잘못을 하면 그를 광장에 불러 앉힌 뒤 모두가 그를 에워싼다. 그러고는 돌아가며 그에게 칭찬을 퍼붓기 시작한다. 그가 과거에 했던 선행 미담, 장점을 쏟아내는데, 이런 ‘칭찬샤워’는 위축된 이의 마음을 회복시키고 다시금 일어설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실수할 때마다 나에게 비난 대신 칭찬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에이, 조금 실수 한 걸로 복잡하게 만들지 마. 좋아하는 걸 충분히 했으면 된거야.”
“예전에 네가 마음먹고 1등한거 기억나? 그때 다들 놀랐잖아. 정말 대단했어!”
“발톱 빠지고도 포기않고 끝까지 갔던거 기억나? 네가 어려움을 겪고도 그를 이어간게 참 자랑스러웠어.“
바벰바족_티스토리.jpg 한 곳에 모인 아프리카 부족 (이미지출처: 구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힘 빠지고, 자신감이 바닥이 나는 날이면, 이렇게 말해줄 참이다.


“너의 용기를 칭찬해. 네가 선택한 길이 쉽지 않다는 건 알아. 파도를 타려면 쉽지 않지. 제대로 타려면 수 없이 넘어져봐야, 파도와 함께 놀 수 있게 돼. 넌 지금 파도를 타고 있는 거야. 정말 대단한거라고. 네 인생을 살아보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잖아! 가끔 슬프고, 화나고, 외로워질지도 몰라.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럴 때면 날 기억해.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내가 응원할게. 크게 고함질러 널 응원할테니!”


이제, 당신을 내 마인드코치로 임명합니다!


남들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멀리 가려면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갈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믿을 때, 그때 진정으로 빛이 나오기 시작한다.
격려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이 홀로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멀리 갈 수 있다.

구본형
Bahrain Personal Fitness_Flickr_Y.jpg 스스로를 격려할 때 멀리갈 수 있어. 난 널 믿는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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